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가 뿌린 작은 씨앗이 아름다운 열매를 맺었다. 풀뿌리 소액기부문화의 확산을 위해 '아름다운 1%운동'을 벌이고 있는 아름다운 재단(재단 상임이사 박원순)은 27일 아트선재센터에서 재단창립 3주년을 맞아 1% 기부운동의 첫 밀알을 뿌린 김군자(78) 할머니를 모시고 조촐한 행사를 가졌다.김 할머니는 2000년 8월 장례비용을 제외한 5,000만원 전액을 재단에 기부했다. 고아출신인 김 할머니는 꽃다운 열일곱의 나이에 일제에 끌려갔다 스무 살의 나이에 해방과 함께 귀국했다. 김 할머니는 "8개월의 야학이 평생 배운 것의 전부"라며 "성인이 되면 보육시설을 자동으로 퇴소해야 하는 어려운 고학생들을 돕고싶다"며 돈을 내놓았다.
김 할머니의 전 재산 기탁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소액 기부자들이 뒤를 이었다. 김모(63)씨는 그 해 김 할머니 기금 소식을 듣고 13년 전 군에서 사고사로 죽은 아들의 유족위로금 10%를 쾌척했다. 김씨는 "대학에서 수석을 놓치지 않았던 아들을 생각하면 늘 마음 한 구석이 쓸쓸했다"며 "이제 더 많은 아들을 얻게 됐다"며 기뻐했다. 지난 해 12월에는 김 할머니와 함께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조선족 출신 이옥선 할머니도 100만원을 내놓으며 동참했고 이 달 초에는 모바일게임 업체인 웹이엔지코리아가 매출액의 1%를 기부하고 "웹에 관심있는 학생들의 취업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27일에는 복권에 당첨된 30대 후반의 고교 교사가 참석해 익명을 조건으로 당첨금 1억원의 10%인 1,000만원을 내놓았다. 또 대기업 CEO들의 부인회인 '미래회'가 보육시설소년 여행지원을 돕는 '길 위의 희망찾기기금'을 마련했고 정희경 청강문화사업재단 이사장이 고희연을 기념해 저소득여성 지원기금으로 1억원을 내놓았다. 기부 종류도 '금연1%' '휴가 1%' 로 다양해졌고 현재 정기적인 기부자만 총 8,000여명을 넘어섰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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