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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자발적 간판정비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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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자발적 간판정비 필요한 때

입력
2003.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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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사회의 도시 모습은 '시각 자극'이 현란하지 않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역사 있는 도시들의 가로 환경은 시각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건물은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건물을 배경으로 간판과 벤치, 가로등, 공중 전화 박스 등이 적절히 강조되어 거리에 활력을 준다.아름다움의 기본 조건은 조화와 균형이다. 시각, 청각, 촉각 등 모든 감각 기관에 전달되는 자극이 적절히 조화를 이룰 때 사람들은 그 안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갖게 된다. 아무리 아름다운 형상이나, 소리라 해도 지속되는 강조와 변화는 신경이 계속 자극 받게 돼 균형이 깨지고, 불쾌하게 느끼는 것이다.

사람의 감각 기관이 항상 자극 받으며 깨어 있을 수 없듯이, 도시 시각 환경도 마찬가지다. 조용한 정적인 환경과 활력을 주는 동적인 요소가 도시 전반에 걸쳐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아름다울 수 있다. 하루의 일과에 적절한 시각 자극은, 휴식을 위해 안정을 가져야 하는 주거 지역일 경우 그 조건에 맞는 안정된 시각 환경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유 있는 시간에 산책을 즐기는 동네 공원주변의 시각 환경은 잔잔해야 할 것이다. 반면 바쁘게 움직이는 활동적인 생활 환경에서는 동적인 시각 조건을 갖춰야 한다.

자동차로 도시 한 바퀴를 천천히 돌아보자. 강하고 약한 일련의 시각적 환경이 균형 있게 나타날 때 우리는 편안한 생활 리듬을 연상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나라 대부분의 도시에는 '시각 자극'의 균형이 잡혀 있지 않다.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간판 공해 때문이다. 외관상 잘 디자인된 건물들이 조화롭게 가로를 꾸미고 있어도 상가들이 채워지면서 어지러운 간판으로 시각적 균형을 잃어버리게 되니 안타까운 일이다.

간판 정비 사업은 이미 15년 전인 88서울올림픽 때부터 관심 있게 실시해 왔지만, 시민 스스로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 외국 손님들이 몰려오는 국제 행사 때 잠깐 시행하는 가로 정비 사업차원을 넘어 이제는 우리 국민들의 생활 복지 환경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할 때가 됐다. 신도시처럼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외지인들이 모인 지역에서는 개체를 표출하기 위해 '시각 자극'이 강해질 수밖에 없지만, 누구에게나 살고 싶은 욕망을 갖게 할 정도로 미래 지향적인, 매력 있는 도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민 스스로 참여해야 한다. 개인보다는 전체를 위해 시각 환경의 균형을 맞추지 않고는 매력적인 도시의 모습이 불가능하다.

김 혜 정 명지대 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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