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PD가 해외출장 취재에 가족을 동반해서 공금으로 관광을 즐겼다는 사실은 어처구니가 없다. 'TV, 책을 말하다'의 PD가 지난달 1주일간 오스트리아 빈, 독일 본 등에서 촬영을 하는 동안, 동행한 가족을 위해 취재 일정을 변경하고 관광비용을 방송국 출장비로 정산케 하는 등 물의와 추태를 빚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취재에 동참했던 저자인 박홍규 영남대 교수가 최근 지역신문에 '혈세낭비 부끄러운 고백'이라는 칼럼을 게재함으로써 드러났다.국민의 TV시청료를 받는 공영방송에 아직도 이런 파렴치한 PD가 있고, 몰염치한 행동이 폭로되기 전까지는 묵인되었다는 점이 놀랍다. 파문이 일자 KBS는 인터넷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해당 PD의 엄중 문책을 밝혔다. KBS가 국민으로부터 가장 지탄 받는 요소는 방만한 운영이다. 이번 사건은 4월 진보적 성향의 정연주 사장이 취임한 후에도 방만성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확실한 방증이 될 것이다.
KBS는 지난해에도 긴급시 사용할 예비비 112억원을 직원 성과급으로 나눠주었고, 1인당 연간 부가가치 생산액도 경쟁사의 50, 60% 수준에 불과했던 점을 국회에서 지적 받았다. 그러면서도 틈만 나면 시청료 인상을 거론하고 있다. 이런 경영과 사풍(社風)으로는 시청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결코 얻어낼 수 없을 것이다.
정 사장 취임 이래 KBS는 프로그램에서 큰 개혁을 시도했다. 프로그램 개혁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지만, 탈권위적이고 역사적 금기에 도전하는 면에서 신선하고 긍정적으로 평가될 만하다. 그러나 정 사장이 취임시 강조한 부분이 인사제도 개선과 부도덕·부정 사례의 척결이었듯이, 사원들의 자기반성 없이는 진정한 혁신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PD사건은 결코 작게 취급될 사안이 아니다.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 나는 뼈아픈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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