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를 데뷔시킨 브라이언 엡스타인은 1961년 클럽에서 존 레논을 발탁한 후 가장 먼저 "가죽 재킷 대신 깔끔한 정장을 입으라"고 요구했다.당시 영국 청년들은 구레나룻, 가죽 재킷에 모터사이클을 타는 로커족과 짧은 머리카락, 세련된 옷차림으로 모터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모드족으로 나뉘어 있었다. 엡스타인은 록커족의 음악과 모드족의 소비성향을 합한 이미지로 비틀즈의 색깔을 정했다. 기성질서에 반항하는 록 음악이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타협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훗날 존 레논은 "우리가 옷을 바꿔 입는 순간부터 우리 음악은 망했다"고 회고했다.
폭발하듯 강한 샤우팅 창법을 구사하는 김경호에게 긴 머리는 그가 록커임을 증명해 주는 이름표와 같았다. 땀에 젖은 긴 머리카락을 빙빙 돌리며 귀가 찢어질 정도의 고음을 내지를 때 관객은 함께 열광했다. 그가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나타났다. 데뷔 시절 머리 길이 때문에 TV 출연이 어렵게 되자 "머리를 자르느니 방송 출연을 않겠다"던 그가 지난 주말에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MBC)에 나와 퀴즈 문제를 맞추지 못하자 "헤드 뱅잉을 너무 많이 해서 머리가 안 좋아졌다"는 등 능청맞은 농담까지 던졌다.
그의 타협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새 앨범에 실린 곡 'Now'이다. 바로 핑클이 불렀던 'Now'를 리메이크한 노래다. 록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머리카락을 자르고 핑클, 신화 등 아이돌 그룹의 음악을 만들었던 인기 작곡가와 손을 잡고 멜로디 위주의 부드러운 곡으로 새 앨범을 채워 "이제 마니아의 가수가 아닌 대중의 가수가 되고 싶다"는 그의 시도는 아주 틀린 선택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먼 훗날 그가 "머리를 자르는 순간 나의 음악은 망했다"고 아쉬워할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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