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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드러나는 김영완式 자금세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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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드러나는 김영완式 자금세탁법

입력
2003.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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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등 구 여권 실세들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진 김영완(50·사진·미국체류)씨의 '괴이한' 자금세탁 수법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27일 검찰과 대북송금 특별검사팀에 따르면 김씨가 관리한 가·차명 계좌는 최소 100여개 이상. 계좌개설 명의를 빌려준 사람들 중에는 노숙자, 80대 노인 등 경제생활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 다수 포함돼 있고 이들 대부분은 김씨와 일면식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 측근들은 역전 등에서 노숙자들에게 용돈을 주고 이들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매입, 통장을 개설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때문에 관련 계좌 중에는 계좌주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것도 있고 심지어 계좌주가 사망한 경우도 있다.

은행 휴면계좌 활용도 김씨가 애용한 방법 중 하나. 휴면계좌는 개설된 상태에서 수년째 입출금 거래가 없는 계좌로, 보통 잔고가 수천원대 미만이다. 종금사 출신인 김씨의 측근 임모(해외도피)씨는 일선 은행 지점장들을 통해 휴면계좌를 확보, 김씨의 비자금을 예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측 역시 예치율 제고를 위해 적극 협조했으며 원계좌주가 잔고를 찾으러 올 경우에 대비, 관련계좌 인출시 반드시 지점장 결재를 거치도록 하는 방어장치를 두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워낙 많은 계좌에서 하루에도 수십 차례 거래가 발생하고 자금 흐름의 처음과 끝이 항상 현금으로 이뤄져 자금추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해 애초부터 직계가족 등의 계좌는 아예 확인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씨가 보유한 부동산도 당초 알려진 것보다 규모가 훨씬 큰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서울 강남은 물론 행정수도 이전계획으로 최근 지가가 급상승한 대전지역에 상당한 토지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역삼동 S빌딩, 청담동 C빌딩, 도곡동 J빌딩 등 기존에 알려진 부동산과는 별개다. 이 때문에 검찰은 김씨가 관리한 전체 자금이 얼마인지 추산하는데만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금 등 유동자산과 부동산을 합하면 전체 재산은 약 800억∼1,000억원 사이"라며 "김씨가 무기거래상 시절 큰 돈을 벌지 못한 점, 비정상적 자금세탁 과정을 거친 점을 고려할 때 상당액이 정치권의 비자금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 주변의 한 관계자는 "김씨는 국민의 정부 이전부터 큰 부자였다"며 "가·차명 계좌를 통한 자금은닉은 부자들이 세금탈루를 목적으로 일반적으로 쓰는 방법이며 김씨가 보유한 돈 대부분은 본인의 재산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김씨는 정·관계 인사들과 주로 골프를 통해 교유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와 골프를 몇 차례 쳤다는 한 인사는 "처음 만났을 땐 거만했으나 내 골프실력이 자신보다 뛰어난 것을 보고 자세를 낮췄으며 이후 수차례 라운딩을 청해 왔다"고 전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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