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 5곡을 한 번에 완주하는 연주회가 열린다. 주인공은 힘과 기교가 넘치는 러시아의 신예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34). 협연 도중 틈틈이 유라시안 필하모닉을 지휘하기도 하는 원맨쇼까지 펼쳐보인다. 현대에는 낯설지만 베토벤이 마지막 5번 협주곡을 완성했던 1809년 당시는 작곡자가 직접 피아노와 지휘를 겸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연주회는 9월7일 오후 4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국내에서는 2000년 피아니스트 김대진(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 하루 두 차례 공연으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완주한 기록이 있지만 한 무대에서의 완주는 베레조프스키가 처음이다.
연주 시간만 3시간, 중간에 두 차례 있는 휴식시간을 합하면 3시간 30분에 이르는 마라톤 연주회다. 원래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피아노로 편곡한 작품 등을 더 연주할 수도 있다는 태도였으나 주최측이 말렸다는 후문이다. 3시간이 넘으면 관객과 오케스트라가 서로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베레조프스키는 1990년 세계 3대 피아노 콩쿠르 중 하나인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의 우승자. 국내에서는 2001년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 3번을 KBS 교향악단과 협연했고 지난해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등으로 놀라운 기량을 선보인 바 있다.
그가 이번에 선택한 베토벤의 협주곡은 모든 피아니스트들이 도전을 겨냥하는 대상이다. 5번 '황제' 와 그에 버금가는 4번 등 뛰어난 레퍼토리가 많고, 베토벤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가 도전 의욕을 자극한다. 그만큼 연주도 힘들다. 쇼팽이나 라흐마니노프 등의 협주곡은 피아니스트의 화려한 기교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베토벤의 곡은 그의 초상화 이미지처럼 투박하고도 굳은 의지를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까다롭고 힘이 많이 든다.
이번 연주에서 베레조프스키는 5번 '황제'에서 흔히 쓰이는 '스타인웨이' 피아노 대신 이탈리아제인 '파지올리' F―308 피아노를 사용한다.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파지올리는 78년에 창립된 후발 회사지만 높은 품질로 피아노 발상지의 자존심을 살리고 있다. 피아니스트 김미경(이탈리아 레이크 코모 아카데미 부원장)은 "소리가 좋은 피아노로 현지에서 많이 쓰이고 인지도도 높다"고 평했다. (02)541―6234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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