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뉴욕주를 비롯한 미국 동부 여러 주에서 초유의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퇴근 시간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오후 4시11분께 정전이 되면서 뉴욕시는 극도의 혼란에 빠져 들었고 화려한 불빛을 자랑하는 타임스퀘어의 브로드웨이 극장들의 간판도 캄캄해졌다. 한창 저녁공연을 준비하던 시간에 나간 전기는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아 결국 이날 저녁 브로드웨이의 모든 공연은 취소됐다.2001년 9·11 테러로 공연 취소와 이어진 예약취소 등으로 한동안 된서리를 맞았던 브로드웨이는 올 초 뮤지션들의 파업으로 또 다시 공연 취소와 예약 취소를 거듭하며 타격을 입더니 이번에는 정전이라는 예상 외의 악재를 만났다.
이날 유일하게 막을 연 것은 '세이 굿나잇 그레이스' 한편이었다. 저녁 공연 대신 낮 공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공연은 이날 공연 취소에 따른 피해 뿐만 아니라 다음날까지 지하철 운행이 정상화하지 못한 데 따른 관람 취소로 큰 손실을 겪어야 했다. 여기에 정전 피해로 외출을 꺼린 관객들의 빗발치는 요구로 결국 주말까지의 입장권 예매분을 다른 날 입장권으로 교환해 주어야 해서 경제적 손실은 더욱 커졌다.
결국 정전사태가 일어난 주에는 단 한 작품도 입장권 판매수입이 1백만 달러를 넘지 못한 채 '라이온 킹'이 98만2,171달러의 수입을 올려 판매액 1위를 기록했고 '맘마미아' (89만3,049달러), '헤어 스프레이' (87만5,962달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가장 판매가 저조했던 것은 정전 당일에도 공연을 한 '세이 굿나잇 그레이스'로 11만6,746달러에 그쳤고 '유린타운'은 24만3,806달러로 연극이 아닌 뮤지컬로는 최저 판매를 기록했다.
그 전주에 비해 가장 큰 판매 하락을 기록한 것은 뮤지컬 '42번가'로 전주에 비해 19만2,063 달러의 판매액 감소를 보였다. 이 밖에 모두 9개 공연이 정전사태로 각각 10만 달러 이상의 판매 저하를 기록했다. 사건 다음날인 15일에도 '라이온 킹'과 '렌트' 등을 공연할 일부 극장은 전기가 들어 오지 않아 애를 태우다가 오후 3시가 넘어서야 불이 들어와 가까스로 막을 올릴 수 있었다. 이 덕분에 이날 입장권을 구입한 관객은 평소보다 30∼50% 싸게 관람하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전쟁 등의 여파로 관람객 감소 등의 직접적 피해를 입은 바 있는 브로드웨이가 잇따르는 악재로 여름방학 특수를 살리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브로드웨이 공연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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