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북한과 미국은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팡페이웬(芳菲苑)의 회담장에서 기조 연설과 양자 접촉을 갖고 회담이 결렬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나올 정도로 격론을 벌였다. 양측은 그러나 저녁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 주최 만찬에서도 헤드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1시간 가량 밀도 있는 비공식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이날 오후 4시께 전체 회의가 끝난 뒤 북한의 김영일, 미국의 제임스 켈리 수석대표는 그 자리에서 별도의 접촉에 들어갔다. 북미를 옆 자리에 배치하고 회담장 네 귀퉁이에 양자 회담용 테이블까지 마련한 중국의 의도대로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루어진 것. 그러나 이를 지켜본 위성락 우리 대표단 차석 대표가 "거리가 멀어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고 함구할 정도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소식통은 "서로의 기조연설 내용을 듣고 양측이 매우 격앙됐다"며 "결렬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낳았지만 다른 참가국의 중재로 28일 다시 양자접촉을 갖는 선에서 매듭을 지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전체회의 기조연설에서도 북미는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다른 참가국들은 통역시간을 포함해 20분 안팎을 썼지만 미국과 북한은 각각 1시간, 50분 동안 강경하게 자국 입장을 설명했다. 특히 미국은 연설에서 핵문제 외에 마약, 위조달러지폐, 일본인 납치 문제를 차례로 열거, 북측을 압박했다.
한편 왕이(王毅) 중국 수석 대표는 인사말에서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과정이 시작됐다"면서 "중요한 첫 걸음을 내딛는 데 북한이 중요한 결단을 내렸고, 미국을 비롯한 각국도 적극적인 노력을 했다"고 사의를 표했다. 다른 참가국들은 전날 왕이 중국 수석 대표의 "일은 많이 하고 말은 적게 한다"(做得 多, 說得太少), "(북미간)화해를 권고하고 대화를 촉진한다"(勸和促談)는 말대로 차분하고 신중한 태도로 양자의 응수를 지켜보았다.
회담 시작 전 기념촬영 자리에서는 왕이 중국 대표가 악수를 제안해 김영일 북한 대표와 켈리 미국 대표가 먼저 손을 맞잡았고 이어 참가국 대표의 손이 한 데 모였다.
남북 접촉도 중국 측의 은근한 배려로 성사됐다. 왕이 중국, 김영일 북한 수석 대표가 휴게실 앞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이수혁 한국 대표가 동참하자 왕이 중국 수석 대표가 슬쩍 자리를 비켜준 것. 남북은 "잘 해 보자", "여부가 있느냐"는 덕담을 주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송대수 특파원 dssong@hk.co.kr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