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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응급실 "요지경" /일반환자가 병상 점령 응급환자는 "바닥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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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응급실 "요지경" /일반환자가 병상 점령 응급환자는 "바닥신세"

입력
2003.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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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회사원 최모(35)씨는 노환으로 자가치료중이던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해 서둘러 서울 강남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그러나 응급실 침상이 이미 만원이어서 최씨의 모친은 2시간여를 기다리고도 응급실 바닥에 누운 채 진찰을 받아야 했다. 최씨는"응급실 환자 중 대다수가 자유롭게 거동하는 등 사실상 응급환자가 아니어서 어이없었다"며 "가짜 응급환자들 때문에 정작 시급을 요하는 응급환자들이 홀대받아야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국내 대형병원들의 응급실이 일반환자들의 '입원대기실'이나'제2 입원실'로 전락, 실제 응급환자들이 푸대접을 받고 있다. 대형병원의 입원실이 항상 만원을 이루자 일부 환자들이 응급실을 입원대기실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 병원 등 대규모 병원들은 우선 응급실 침상이라도 차지하려는 일반환자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인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침상 60개)은 거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장기내과환자들이 '접수'한 지 오래다. 병원 관계자는 "내과 환자는 원내 총 환자의 25%에 불과하지만 응급실 환자 중 90% 이상은 내과환자"라고 밝혔다.

응급실의 한 간호사는 "환자들이 대형병원만을 선호하다 보니 일반입원실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라며 "응급실 침상을 차지한 환자 중 실제 응급환자는 5∼6명도 안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반환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일반병실에 입원하기 위해 무작정 응급실에 쳐들어와 진치고 있다. 소화기 계통 암 진찰을 위해 26일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이모(53·여·충북 제천)씨는 "거동은 괜찮지만 응급실에서라도 기다려야 겨우 일반병동 입원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신촌세브란스 병원의 응급실 관계자는 "응급치료 대상자가 아닌데도 응급실 입원을 요구하는 환자들과 매일 실랑이를 벌이곤 한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결국 피해자는 진짜 응급환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26일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한 박모(59·여)씨는 인근 K병원 응급실을 찾았으나 12시간이 지나도록 진찰을 받지 못해 병원 관계자들과 거센 실랑이를 벌였다.

서울대병원 응급실의 곽영호 임상교수는 "입원실에 있어야 할 암환자들이 응급실을 점유해 실제 응급환자들을 돌볼 겨를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원무과 이대호 과장은 "권역·지역별로 응급전문 의료센터를 확충하는 등 정부가 응급센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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