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성(李海成) 전 청와대 홍보수석부산·50세
서울대 경영학과·미 조지워싱턴대 대학원 수학
MBC 통일부장·경제부장·'2580'부장 베이징 특파원
이병규(李炳圭) 한국일보 논설위원
전남 담양·49세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미 하버드대 니만펠로우
한국일보 정치2부 차장·정치부 차장 정치부장
이병규 논설위원=지난 6개월을 돌아보면 참여정부가 언론정책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시급한 현안을 미뤄두고 언론문제를 부각시킨 이유부터 짚어 보지요.
이해성 전 수석=언론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강도 높은 언급이 다소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경제·안보 등 주요 정책을 국민에게 전파하는 과정에서 언론, 특히 신문이 투명하게 전달하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의 토로입니다. 또 권언유착의 고리를 끊고 건강한 긴장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대한 강조이기도 합니다.
이병규=정부와 언론이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긴장관계를 형성하는 것과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참여정부가 구상하는 언론정책을 좀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은데요.
이해성=권언유착을 가능케 한 문화를 바꿔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를테면 가판구독 중지, 기자실 개방, 브리핑제 도입 등이 그것입니다. 아마도 오랜 관행을 깨뜨리다 보니 서로가 금단현상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자들 스스로도 큰 흐름을 인정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병규=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이 지나치게 대통령 개인의 언론관, 그 가운데에서도 특정신문에 대한 피해의식과 감정에 좌우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이해성=직설적 화법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정부와 언론의 관계가 전과 달라지지 않으면 참여정부의 정책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현실화할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을 갖고 있습니다. 노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언급이 공무원과의 대화 자리에서 많이 나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정책을 올바르게 수립하고 시행해 매일매일 정당하게 평가 받으라는 것입니다. 피해의식과는 다른 거죠.
이병규=노 대통령의 언론관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노동운동 시절, 초선의원 시절, 수 차례 낙선했을 때 경험했던 언론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상황과 조건이 바뀌었는데도 과거의 경험에 의지하다 보니 무리가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해성=정치역정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던 섭섭함을 지금의 언론정책에 투영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노 대통령은 중요하지 않은 취재원일지라도 공정하게 보도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죠. 과거의 경험을 통한 교훈은 여기까지일 겁니다. 노 대통령이 언론에 대해 다소 직설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공무원과 국민이 일부 힘 센 언론에 대해 갖고 있는 패배의식을 하루 빨리 깨뜨려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지금의 언론관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병규=노 대통령의 언론관,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이 갖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의 하나는 언론 전체를 감정적으로 매도한다는 점입니다. 때로는 언론인의 직업적 자존심을 짓밟는 표현도 있었습니다. 언론보도 가운데 구체적 문제점을 적시해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공개석상에서 언론 전체를 적대시하는 발언을 수시로 내뱉는 것은 건강한 긴장관계를 해치는 것 아닌가요.
이해성=노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언론 전체를 적대시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일부 신문과 방송이 진의와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것에 대해 적당히 타협하고 지나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면서 그런 오해의 소지가 일부 있었던 것은 인정합니다. 저 역시도 지난번 장·차관 워크숍 때 '술 사고 밥 사고' 하는 표현은 듣기 거북했으니까요.
이병규=언론계 내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출범 초기에는 참여정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불필요하게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떨어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통령의 언급이 정제되지 못함으로 인해 불필요한 갈등을 부추긴 측면이 있는데 혹시 청와대 내부의 보좌기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요.
이해성=노 대통령이 선택한 일상적인 표현이 확대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는데 그런 부분까지 간언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참모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앞으로 나아질 것입니다.
이병규=정부와 언론이 서로에 대한 감정을 정상화할 때 건전한 긴장관계 형성도 가능할 것입니다. 언론 고유의 기능상 언론과 권력은 마찰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 아닙니까.
이해성=그런 점에서 자기절제가 필요합니다. 그 때문에 어느 정도 불편한 관계도 감수하는 것입니다. 청와대 내에도 이런 변화를 아직 체질화하지 못한 분이 있습니다. 언론사 사주도 만나고 기자도 만나 잘 지내면 정책도 효율적으로 전달되고 지지도도 그런대로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는 거죠. 그러나 노 대통령은 그럴 경우 우리 스스로 허물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병규=제일 좋은 것은, 서로 만나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면서도 원칙을 지키는 것 아닐까요. 만나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것은 1차원적 대응이라 생각합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인데 무엇이 그렇게 두렵습니까. 좀더 대범해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해성=시간표의 문제입니다. 앞으로는 그런 부분도 진행될 것입니다.
이병규=언론정책을 구체화하는 데에 있어서 5년 임기 동안의 시간표가 마련되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런데 이것은 언론정책 자체가 다른 정책보다 우선한다는 뜻으로도 읽히는데요.
이해성=절실하다는 표현이 옳을 것입니다. 하지만 절실하다는 것과 정부의 역량을 동원하는데 우선순위에 있다는 것은 좀 다르죠.
이병규=최근에 노 대통령은 한국일보를 비롯한 4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형사고소는 하룻만에 취소하고 민사소송도 퇴임 후에 진행하겠다고 하는 등 사전논의를 비롯해 청와대 내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되는데요.
이해성=발표과정에서 일부 착오가 있었지만 충분히 검토하고 토론해 결정한 것입니다. 홍보수석실과 민정수석실 사이에 역할분담도 있었구요. 내부 토론과정에서는 여러 경우의 수를 가정해보고 부작용도 예상했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솔선수범해 일반 국민에게 뭔가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병규=물론 언론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속보경쟁을 하다 보면 사실관계 확인에 소홀한 경우도 있고, 회사의 이익에 따라 왜곡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노건평씨와 양길승씨 사건을 보면 청와대의 해명이 의혹을 부추긴 측면이 많습니다.
이해성=정치인이 공격성 폭로를 했을 때 당사자 주장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탐사취재를 하고 이에 바탕해 보도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해명 자체가 새로운 의혹을 낳을 경우에는 이를 보도하는 것이 정당하겠지만, 애초부터 해명을 새로운 의혹의 재료로 삼는 보도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죠.
이병규=일부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한 지적은 타당합니다. 그러나 양길승씨 사건의 경우 민정수석실의 발표 내용이 대부분 틀리지 않았습니까.
이해성=민정수석실의 조사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입니다.
이병규=민정수석실이 조사가 채 이뤄지지 않은 사안에 대해 예단하는 식으로 발표한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청와대의 위기관리 시스템이 미흡하고 이런 점이 노 대통령의 발언이나 이번 소송 등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이해성=부족한 부분은 조금씩 나아질 것입니다.
이병규=정부는 언론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여러 제도적 장치와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체 안을 만들어 언론 자율에 맡길 부분과 정부가 해야 할 부분을 구분해 시행해야 합니다.
이해성=옳은 지적입니다. 우선은 신문고시에서 그런 의지를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몇몇 신문이 전체 시장의 2/3를 차지하는 경우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습니다. 시장자율을 기본으로 하되 법적·제도적 장치를 충분히 활용해나갈 것입니다.
이병규=언론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잘못 다루면 과점 상황이 오히려 심화할 수도 있을 텐데요.
이해성=지난 6개월 동안 가장 큰 고민이 바로 그 점이었습니다. 국민의 의식이 깨어야 하고 특히 언론계 내부의 반성과 동참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이병규=정부나 언론이나 국민을 의식해야 합니다. 국민이 짜증을 느낄 정도로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은 잘못된 방법입니다. 이제 청와대 참모들도 언론정책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것입니다.
이해성=국민 입장에서 보기 때문에 그간 언론 일반에 대해 다소 지나쳤다는 평가를 받는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앞으로는 큰 원칙은 유지하되 부분적인 정교함을 갖출 것입니다. 정부와 언론간의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큰 흐름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노력하는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당사자인 언론도 좀 더 노력해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정리=양정대기자 torch@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사진=손용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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