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6개월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한 응답자는 40%에 불과하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인 3월의 75%에서 절반 가까이 추락한 수치다. 국민의 절반이 대통령의 리더십과 국정운영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대선 때의 지지층도 30%나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여론조사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노 대통령이 잘하고 있는 분야를 꼽으라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검찰개혁에 관한 관심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검찰개혁을 추진하고 검찰수사에 대한 정치적 외압을 막아낼 소신을 가진 인물을 법무부장관으로 발탁한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서 노 대통령은 과거와의 단절과 검찰개혁의 실천요구를 분명히 밝혔었다. 검사출신이 아닌 40대의 젊은 여성 변호사가 법무부장관으로 취임했을 때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 일부의 우려와는 달리, 주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을 앞세운 강금실 장관의 개혁행보는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받고 있다. 대형 정치사건에서 검찰이 정치권과 대통령을 의식하지 않고 소신껏 수사할 수 있었던 것은 검찰을 바로 세우기 위한 대통령의 의지와 법무부장관의 바람막이 역할이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검찰이 권력의 시녀요, 도구라는 지긋지긋했던 단어를 떠올리는 사람은 과거보다 훨씬 줄어든 편이다. 오히려 정치권이 검찰권력의 비대화를 우려하고 검찰의 독주를 염려하면서 검찰권에 대한 견제와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뜻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검찰이 정치권력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좌우를 살피지 않고 법과 원칙대로 정치인을 구속하고 수사권을 행사하니까, 두렵고 답답한 것은 정치권일 것이다. 과거처럼 여당 정치인에 대한 프리미엄도 없다.
그러나 지금은 검찰권의 견제를 말할 때가 아니다.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덜 보면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의 결과이지 무소불위의 검찰권행사로 볼 것이 아니다. 물론 과거의 시각으로 보면 검찰이 통제를 벗어나 자의적으로 독주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검찰수사를 막으려 해도 말을 듣지 않으니 과거의 좋았던 시절이 그리울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여론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정치권의 불순한 의도가 모처럼 조성된 검찰조직 내의 공감대와 국민적 요구를 그릇된 방향으로 오도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제 검찰은 검찰권 독립의 청신호를 공정하고 투명한 감찰권 행사로 유지해야 한다. 신뢰 받는 검찰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적 중립 못지않게 검찰내부의 비리에 대한 자정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내부적 감찰을 통한 자기통제는 부적법한 검찰권 행사와 검사의 도덕적 해이를 외부적으로 노출하지 않고 검찰내부의 비공식적 통제과정에 두었기 때문에 감찰 본래의 기능을 수행했다고 보기 어렵다. 은폐와 왜곡, 제 식구 감싸기의 관행이 국민의 불신을 키워왔던 것이 그간의 관행이었다. 그래서 최근 청주지검 몰래카메라 사건을 계기로 검찰내부의 감찰기능을 외부로 이양하는 방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내부적 감찰과 외부적 감찰은 각각 서로 비교하기 어려운 장단점을 갖고 있다. 내부적 통제는 제 식구 감싸기의 유혹 때문에 공정성을 담보하기가 어렵다. 외부적 통제는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자칫 외압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따라서 감찰권을 어디에 분배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행사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법무부장관의 인사권 행사에 국민이 참여하는 검찰인사위원회를 가동하듯이 감찰권 행사에도 감찰대상인 검사 또는 검찰공무원이 아닌 제3자가 참여하는 감찰위원회가 구성되어야 한다. 시민이 참여하는 가운데 검찰에 대한 상시적인 감시와 통제가 투명하게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다.
하 태 훈 고려대 법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