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눈만 뜨면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는 그동안의 가설에 이의가 제기됐다. 남가주대 연구팀은 각막 줄기세포 이식 수술로 시력을 회복한 마이클 메이(49·사진)씨를 장기간 관찰한 결과, 사물을 볼 수 있는 기술은 후천적으로 습득하는 부분도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과학잡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25일 발행) 최신호에 발표했다.3살때 화학약품 폭발사고로 두 눈을 잃은 메이씨는 43년이 지난 2000년 3월 오른쪽 눈의 시력 회생 수술을 받았다. 연구팀은 이때부터 메이씨를 관찰하며 수술 성공 여부와 성공했을 경우 시력 회복 과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우선 최신 기술인 각막 줄기세포 이식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연구자들을 고무시켰다. 평생을 맹인으로 산 사람의 시력을 되돌린 것은 의학계의 쾌거였다. 그러나 연구자들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 것은 수술 이후 메이씨의 회복 과정이었다.
수술은 적어도 외과적으로는 완벽하게 성공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도 메이씨에게는 세상이 추상화처럼 보인다는 점이 수수께끼이다. 그는 2차원에서 사물의 형태와 색깔, 동작을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3차원에서 움직이지 않는 물체나 사람의 얼굴을 인지하는 것은 실패했다. 3차원에서 풍경이나 사물을 볼 수 없지만 그것들이 움직일 경우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이다.
이 같은 관찰을 통해 연구팀은 인간이 색감이나 동작을 식별하는 기술이 다른 것보다 훨씬 이전에 뇌에 회로화돼 발전한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바꿔 말하면 인간은 태어날 때 부분적인 시각 능력을 갖고 태어나지만 전부는 아니다. 오랫동안 어떤 기능이 잠들어 있으면 뇌가 그 기능을 잃어버린다. 사물을 지각하는 기술은 오랜 기간동안의 학습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메이씨의 사례에서 때로는 볼 수 있다는 것이 맹인으로 사는 것보다 인생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아들의 아버지로 번듯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수술 전 스키애호가였다. 그는 최근 눈을 뜬 채 스키를 타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어렴풋이 보이는 장애물과의 충돌의 두려움 때문에 예전만큼 잘 타지 못한다.
연구팀은 메이씨가 앞으로 학습을 통해 3차원 인지능력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는 있지만 완전 회복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메이씨는 "시력의 회복은 나의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바꾸어주지는 못했다"며 "만약 지금 다시 눈을 뜨게 해줄까 달나라 여행을 하게 해 줄까라고 묻는다면 달나라를 택하겠다"고 말하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