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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혈액 "의약품 원료" 사용 / 보건당국 4개월만에 늑장통보… 시중 유통될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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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혈액 "의약품 원료" 사용 / 보건당국 4개월만에 늑장통보… 시중 유통될뻔

입력
2003.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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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감염자의 혈액이 수혈을 통해 60대 환자 2명을 감염시킨데 이어 의약품 원료로도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등 보건 당국은 이 과정에 늑장 대응으로 일관, 위험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당국의 늑장 대응

26일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에이즈 감염자인 A(21)씨가 지난해 12월24일 1차 헌혈한 에이즈 감염혈액 가운데 일부는 이틀 뒤 모 의료기관에 넘겨져 B(62)씨 등 2명에게 수혈됐고 나머지 혈장은 지난 3월 중순께 제약회사인 N, D사에 의약품 원료용으로 제공됐다. 이 오염혈액은 당시 음성판정을 받았다. D사는 이 혈장으로 알부민을 제조한 뒤 물류창고에 보관중인 지난달 21일, N사는 면역글로블린을 제조 중이던 같은 달 19일 적십자사로부터 감염혈액 통보를 받고 전량 폐기했다. A씨의 2차 헌혈에서 에이즈 양성반응이 나타난 3월31일 이후 무려 4개월 만이다.

이 과정에서 국립보건원은 양성 반응 후 36일 만인 5월7일 에이즈 감염사실을 최종 확인, 음성반응을 보인 1차 헌혈에 의한 에이즈 감염 역학조사에 착수하는 등 두 달 이상을 소비했다. 보건원은 이 혈액을 통해 지난달 19일 B씨 등이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지만 D사에 대한 에이즈 오염 통보는 이틀 뒤에 하는 등 느슨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더욱이 의약품 제조에 사용된 사실은 전현희 변호사가 이날 폭로할 때까지 보건당국은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한적십자사는 "음성으로 나온 2차 헌혈의 오염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제조업체에 대한 통보가 늦어졌다"며 "이에 대한 지침이 없어 미리 제조 보류 등의 통보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도적, 기술적 장치도 허술

유럽연합은 '윈도우 피리어드'(항체 형성이 되지 않아 음성반응을 보이는 2∼3주 가량의 기간)에 의한 감염 위험을 피하기 위해 3∼6개월 이상 혈장을 저장, 의약품 제조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규정조차 없어 헌혈에서 제조까지 2∼3개월 밖에 걸리지 않는 등 오염혈액이 의약품용으로 제조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서울대 약대 강창율 교수는 "바이러스 멸균을 위해 사용되는 불활화공정은 전 세계적으로 오염사고가 보고되지 않은 가장 안전한 공법이나 과학적 지식의 한계로 100% 완벽하다고 말할 수 없다"며 "핵산증폭기술 도입등으로 혈액을 통한 에이즈 오염위험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적십자사는 전 변호사가 폭로한 문서에서 에이즈 감염자와 수혈 감염자의 신원이 드러난 사실을 확인, 내부 유출자에 대해 조사중이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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