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엄정 중립을 유지하겠다", "최대주주인 LG그룹이 책임을 져라", "외자유치가 바람직한 방법이다"5,000억원 유상증자 불발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하나로통신 문제에 대해 지난 한달여간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쏟아낸 발언들이다. 아무리 '통신정책에는 모호성이 필요하다'는 독특한 철학을 가진 진 장관이라지만, 며칠 간격으로 뒤바뀌는 발언들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두말할 나위 없이 하나로통신의 대주주인 LG그룹과 SK텔레콤, 삼성전자에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이해관계에 얽매여 국민생활의 기초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로통신을 도산 위기로 몰고 가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비난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정통부 역시 책임의 화살을 비껴갈 수는 없다. 대주주들이 자율조정에 실패한 채 눈치만 보는 배경에는 엄정 중립을 지킨다고 했다가 돌연 최대주주인 LG의 손을 들어 주는 듯 하더니, 최근에는 LG가 반대하는 외자유치를 지지하고 나서며 오락가락하는 정통부의 불명확한 태도가 작용하고 있다. 통신업이 민간에 의해 운영된다지만 정부의 규제를 심하게 받는 산업인 이상, 정부의 정책의지와 판단은 항상 중요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정통부는 태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 의지가 모호한 상황에서는 대주주들이 눈앞의 이익에만 골몰하게 되며, 자율 합의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하나로통신 사태는 점점 복잡해지는 통신시장의 난맥상에서 정통부의 문제해결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다.
정철환 경제부 기자 ploma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