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수천억원대의 금융사기극을 저지른 뒤 중국으로 도피했던 변인호(46)씨가 중국 현지에서 전자사업을 벌이고 딸을 키우는 등 버젓이 활동하는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서울지검 금융조사부가 최근 변씨의 부인 이모(31)씨를 횡령 등 혐의로 붙잡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법무부는 이에 따라 이씨를 상대로 변씨의 중국 내 정확한 소재를 추궁한 뒤 중국 정부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남편이 중국 현지에서 전자부품사업 등을 하고 있으며 사업차 홍콩을 오가기도 한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특히 변씨가 어린 딸을 중국에서 키우고 있으며, 1년에 한두 차례씩 정기적으로 중국과 홍콩에서 변씨를 만나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그러나 변씨의 회사나 정확한 도피처 등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씨는 또 변씨에게 도피용 위조여권을 만들어줬다는 의혹에 대해 "당시 미국에 있었기 때문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변씨는 97년 가짜 신용장 등을 이용해 8개 은행과 10개 기업을 상대로 3,900억원대의 사기극을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2심 재판 도중 위조여권을 만들어 중국으로 도주했으며, 2001년 현지에서 납치를 당했다는 소식을 끝으로 연락이 두절됐다.
한편 검찰은 이날 이씨와 이씨 남동생(29)에 대해 지난해 7월 S사 대표 고모씨와 공모, 경영난을 겪고 있던 S사의 유상증자 대금 60억원을 가장납입하고 자본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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