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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박물관서 한국인 첫 소장품展/한광호 한빛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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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박물관서 한국인 첫 소장품展/한광호 한빛문화재단 이사장

입력
2003.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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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대영박물관이 올 가을 개관 250주년 특별전으로 9월11일부터 11월23일까지 한광호(75·사진) 한빛문화재단 이사장의 소장품 전시회를 연다.대영박물관의 개인 소장품전은 극히 드물고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이어서 한 이사장은 "꿈만 같고 자랑스럽다"고 되뇌었다. '티베트의 유산―한광호 컬렉션의 회화'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회에는 그가 모은 탕카(티베트 불교회화) 52점이 소개된다. 대영박물관측은 내년 유럽 순회전도 추진하고 있다.

티베트식 탱화인 탕카는 티베트 불교미술의 정수로 꼽힌다. 한 이사장은 2,000여 점의 탕카를 갖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탕카를 소장한 스웨덴 스톡홀름의 민족학박물관에서도 관심을 갖고 찾아올 만큼 그의 컬렉션은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제약회사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농약회사 한국삼공의 대표이사인 기업인으로 지난 40여 년간 미술품을 모아 왔다. 탕카 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전통미술품을 10만 점쯤은 모았다. 1999년 서울 이태원에 동양미술 전문 화정박물관을 설립, 한빛문화재단을 통해 미술품 수집·전시 외에 학술연구 지원 사업도 펴고 있다. 특히 탕카는 꾸준히 도록을 펴내고 있고 이번 대영박물관 전시를 앞두고도 4집을 냈다.

"탕카 구하려고 한 해에 세계를 여섯 바퀴나 돈 적이 있지요. 하도 자주 돌아다니니까 밀수꾼으로 의심을 받아 수색이나 압류를 당한 일도 있어요. 운송비라도 아끼려고 화물로 부치지 않고 노인네가 잔뜩 이고 지고 들어오니까 비행기 안에서 만난 한 재벌 회장이 세관까지 직접 옮겨 준 일도 있고요. "

대영박물관 특별전은 전임 앤더슨 관장이 5년 전부터 "개관 250주년에 당신 탕카를 꼭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던 것이 계기였다. 한 이사장은 97년과 98년 대영박물관에 100만 파운드(16억원)를 기부했으며, 그 자금을 바탕으로 2001년 가을 대영박물관에 한국실이 생겼다. 대영박물관은 고려 범종 등 그가 대여한 미술품을 한국실에 전시하고 있으며, 개관 250주년 기념 도록에 그가 기부한 돈으로 구입한 조선 백자 달항아리를 실었다.

"대영박물관의 한국실은 100평쯤 되는데, 중국실이나 일본실에 비하면 참 초라하지요. 그래서 올해 다시 100만 파운드를 기부하려고 했는데 법이 바뀌어서 기업 이익의 일정 한도 이상을 기부하려면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망설이고 있습니다. 고려 범종도 아예 기부하려고 했는데 법으로 금지돼 있어서 못했지요. 우리 것을 꼭 껴안고만 있으면 뭐합니까, 세계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게 해야지."

그의 꿈은 제대로 된 개인 박물관을 짓는 것. 현재의 화정박물관은 단독주택을 개조한 것으로 상설전시를 할 형편이 못 된다. 이 때문에 수년 전에 서울 평창동 재단 사무실 뒤쪽 8,000여 평을 박물관 자리로 사 두었지만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다. "이젠 나이도 먹어서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요. 정 안되면 지금의 재단 건물을 헐어서라도 올해 안에는 착공을 해야지요."

그는 자신의 탕카 특별전을 보기 위해 9월2일 영국으로 떠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사진 배우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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