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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트리/프랑스식 멜로의 낡은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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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트리/프랑스식 멜로의 낡은 냄새

입력
2003.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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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옆의 허름한 이발소. 이발사 수(김인권)와 퀵 서비스 배달원 원영(조은숙)의 집에 수의 친구 병호(김정현)가 찾아온다. "며칠만 지내자"던 병호는 이발소 옥상 텐트에 터를 잡고 수의 영역을 조금씩 파고 든다. 동네 사람들과 말을 트고 지내고, 수에게는 잊고 싶은 기억인 어머니의 자살을 일깨운다. 그리고 마침내 수에게는 가장 소중했던 원영마저 빼앗는다.프랑스 RG 프린스 필름스가 전액 투자, 100% 해외 자본으로 만든 최초의 한국 영화라는 화려한 수식이 붙은 '플라스틱 트리'는 낡은 에로틱 멜로 영화의 냄새가 난다. 섹스 불능인 남자, 본능에 충실하게 자유인처럼 사는 남자, 그리고 성에 눈뜬 여자. 이들을 둘러싼 격정과 질투는 '베티 블루'식의 프랑스 영화 냄새가 짙다.

문제는 프랑스식 멜로 구도를 깨뜨릴 만한 매력적 캐릭터나 새로운 얘깃거리가 이 영화에는 없다는 점이다. 병호에 대한 갈망 때문에 거의 미쳐가는 여자가 "머리를 잘라 달라"고 하자, 목을 잘라내는 엽기적 엔딩 장면이 충격적이긴 하지만 충격과 만족감은 다르다. 29일 개봉.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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