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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 세계메카 美 "루비콘 오솔길" 주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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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 세계메카 美 "루비콘 오솔길" 주행기

입력
2003.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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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오프로드 드라이빙 마니아들의 메카 '루비콘 오솔길'(Rubicon Trail). 미국 캘리포니아주 엘도라도 국립공원의 30m가 넘는 키다리 소나무 숲 사잇길을 차로 30분 가량 달려 도착한 너럭바위에서 내려다보니, 짙푸르게 반짝이는 룬(loon) 호수 옆으로 폭 5∼6m의 오솔길이 이어져 있다. 해발 2,000m가 넘는 시에라 네바다 산악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이 길은 온통 큰 바위와 자갈로 뒤덮여 있어 북한산 등산로나 지리산 종주 길을 연상시킨다. 총 30㎞를 1박2일 동안 운전해 지나가야 하니까, 걸어가는 것과 비슷한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오프로드는 세상살이 축소판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초청으로 참가한 '2003 지프 잼버리'의 본격적 일정은 각자의 지프를 자신의 국기로 장식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우리나라를 비롯, 일본 대만 베네수엘라에서 참가한 잼버리 참가자 30명과 진행요원 등으로 구성된 20대의 지프 랭글러가 일렬로 '루비콘 오솔길'에 진입했다.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헬기가 머리 위에서 엄호하고 있어 긴장감을 더한다. 초입부터 건물 3층 높이의 바위 무더기가 가로막아 참가자들의 기를 꺾어 놓는다. 진행요원의 지시대로 핸들을 움직이며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밟아보지만 조금만 어긋나도 지프가 바위에 얹혀져 버둥거린다. 바위를 타고 오를 때는 '차가 구르는 것이 아니라 걷는다'는 느낌이다. 바퀴 하나만 땅에 닿아 있으면 험로를 탈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기 시작한다.

타고 있는 차의 정확한 모델명은 '지프 랭글러 루비콘'. 현재 상영중인 툼레이더2에서 주인공 라라 크로포드가 아프리카를 질주할 때 타는, 바로 그 차로 국내에는 아직 시판 전이다. 이 차 계기판 중간에 달려있는 '차축 잠금' 버튼이 험로를 주파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장치다. 보통 차축은 회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양 바퀴가 다른 속도로 돌도록 차동장치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차동장치가 험로에서는 힘을 줘야 할 바퀴보다 공중에 떠있는 바퀴에 힘을 더 공급하게 돼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다. 이와 반대로 돌지않는 바퀴에 더 많은 힘을 실어주는 장치가 바로 차축 잠금 장치로 오프로드용 차량에는 필수품이다.

진행요원의 지시에 따라 구슬땀을 흘리며 1, 2시간 운전해보니 슬슬 요령이 생긴다. 피할 수 있는 바위는 피해라 피할 수 없다면 바위의 한가운데를 타고 넘어라 바퀴 앞만 보지말고 멀리 앞을 내다봐라. 이 정도면 세상살이 이치와 다름이 없다. 따가운 햇볕을 피해 나무 그늘에 들어서면 모기가 달라붙고, 힘든 바위길이 끝나면 앞차의 흙먼지가 호흡을 방해한다. 점점 멋진 주변 풍광도 시들해지기만 한다. 번갈아 운전하고 점심도 차 안에서 때우며 8시간 가까이 운전한 끝에 '루비콘 스프링' 캠프에 도착했다.

오프로드와 자연의 조화

도착해 텐트를 배정 받자마자, 모두들 옷을 벗고 개울로 뛰어들어 온몸에 쌓인 먼지를 씻어낸다. 싱거운 농담과 물장난을 하면서 어느새 동료의식이 싹튼다. 저녁식사 후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취흥이 오른 참가자들이 노래자랑을 시작할 즈음, 이번 잼버리 책임자 델 올브라이트씨에게 '루비콘 오솔길'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었다. 지난해 이 오솔길을 통과한 오프로드 마니아는 약 3만6,000여명으로 미국 내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이중 외국인은 600여명 30팀 정도였다고. 개인적으로 이 루트에 참석하고 싶으면 최소 2주전에 인터넷 www.delalbright.com을 통해 예약하면 캠프를 예약할 수 있으며 가이드도 구할 수 있다. 캠프 사용료는 5일을 기준으로 1인당 10달러다. 1일을 이용해도 10달러. 자동차 렌트를 알선하기도 한다. 지프 랭글러 렌트 비용은 하루 100달러 선.

대화 주제를 좀 심각한 쪽으로 돌려 봤다. "걷는 것과 비슷한 속도인데 굳이 차로 그 길을 지나야 하나? 자연파괴 아닌가?"라고 묻자, 올브라이트씨는 "우리도 오프로드 드라이브와 자연을 공존하게 하기 위해 타이어는 33인치 이하로 제한하고, 차량의 험로탈출을 위해 리프트 잭이나 윈치 등 최소한의 장비만 갖춘다"며 "거대한 바퀴와 불도저 같은 장비로 오솔길을 망치는 것은 진정한 오프로드 마니아가 아니다"라고 대답한다.

대화는 곰이 텐트 옆에 나타났다는 비명소리 때문에 중단됐다. 모두들 몰려가 음식냄새를 맡고 접근한 길이 1.5m 정도의 새끼 곰을 몰아냈다. 곰과 지프가 공존하는 원시림, 국토가 넓은 미국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루비콘스프링=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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