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독립영화에서 튀니지 영화까지, 구스 반 산트 등 유명 감독의 문제작과 제 3세계의 개성 있는 신인들의 작품으로 꾸며진 제 3회 광주국제영화제(www.giff.or.kr)가 22일 김기덕 감독의 신작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막이 올랐다. 광주극장 등 6개 극장에서 31일까지 펼쳐지는 22개국 216개 작품 가운데 다섯 작품을 골라보았다.문의 (062)228―9968∼9978, 1588―1555(인터파크)
'살인의 낙인'(감독 스즈키 세이준·1967·흑백)
외국에서 돌아온 살인청부업자 하나다는 넘버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라이벌을 차례로 제거한다. 밥 짓는 냄새만 맡으면 미치는 하나다도 이상하지만 그에게 접근하는 미사코라는 여인도 예사롭지는 않다. 터널 총격전, 부두 총격전, 나선형 계단 정사신 등에서 스즈키 세이준 감독은 독특한 영상 문법으로 충격을 던진다. 불 꺼진 텅 빈 링 위에서 하나다가 '넘버원'을 외치는 장면은 긴 여운을 남긴다. 잔혹하면서도 아름다운 이 괴물 같은 영화를 본 뒤 제작사 사장은 영화 개봉을 취소하고 스즈키 세이준 감독을 해고했다. 'Branded to Kill'.
'신의 코미디'(감독 조앙 세자르 몬테이로·1995)
2월에 타계한 포르투갈의 거장 몬테이로 감독 작품. 엽기적 해프닝과 시적 영상이 어우러지는 묘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의 거칠 것 없는 여성 편력을 코믹하게 그렸다. 아이스크림 가게 매니저 조앙(감독이 직접 출연)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성과 고객에게 가리지 않고 접근하다가 봉변을 당한다. 침을 묻혀 눈물을 만들고, 여성의 체모를 수집한 뒤 기록을 남기는 그의 기괴함과 유머 감각은 우디 앨런의 엽기 버전 같다. 그가 만드는 '생각의 책'이 어떤 운명을 겪게 되는지를 눈여겨 볼 것. 'God's Comedy'.
'오타르가 떠난 후'(감독 줄리 베르투첼리·2003)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대상 수상작. 슬픔을 희망의 메시지로 바꾸어 가는 과정이 따뜻하면서도 아름답다. 구 소련령인 그루지야 사람들의 고단한 삶에 밀착한 카메라와 세 여인의 시선에 따라 달리 흐르는 클래식 선율이 긴밀하게 조화를 이뤘다. 모스크바에서 의대를 졸업한 오타르는 돈벌이를 위해 파리로 간다. 그는 막노동을 하면서 어머니에게 편지와 용돈을 보낸다. 오타르가 갑자기 죽자 그의 누이와 조카는 이 소식을 할머니에게 알리지 않기로 하고 잘 지낸다는 내용의 편지를 꾸민다. 'Since Otar Left'.
'레드 새틴'(감독 라자 아마리·2002)
관능적 타악기 리듬과 이국적 춤이 빚는 화려한 향연. 사춘기에 접어든 딸의 귀가가 늦어지자 젊은 홀어머니 릴리아는 몰래 딸의 밤 나들이에 따라 나선다. 릴리아는 자기도 모르게 음악 소리에 끌려 춤판으로 홀린 듯 끌려 들어가게 되고, 춤꾼 한 명과 얼굴을 익히면서 자신도 무대에 서게 된다. 'Red Satin'.
'아이키'(감독 덴간 다이스케·2002)
하반신 불구의 고통을 이겨내고 합기도의 세계에 눈을 뜨는 과정을 그렸다.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의 아들인 덴간의 두 번째 작품으로 사실적 화면과 풋풋한 젊음의 정신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권투 선수 다이치는 오토바이 사고로 쓰러진 뒤 자폐적으로 변한다. 그는 술에 젖어 지내다가 동네 깡패에게 매를 맞는다. 'Aiki'.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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