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마흐무드 압바스 총리의 권력투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아라파트 수반이 이끄는 최고 정책결정기구 파타운동은 24일 오랜 동료이자 심복인 나세르 유세프 장군에게 내무장관직을 제의했다고 밝혔다. 현재 내무장관은 총리가 겸임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압바스에게 장관직 사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압바스 총리는 물론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러자 아라파트 수반은 25일 치안·안보기구 재건을 담당할 새 보좌관을 일방적으로 임명했다.
아라파트가 내무장관에 심복을 앉히려는 것은 치안을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의도이다. 아라파트는 현재 보안군 조직 일부를 통제하고 있고, 나머지는 압바스 총리 겸 내무장관과 그가 임명한 모하메드 다란 안보장관이 지휘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모든 치안권을 압바스에게 넘겨 '테러조직'(무장단체)을 제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아라파트를 인티파다(반 이스라엘 무장 봉기)의 배후 조종자로 간주하고 따라서 그가 치안권을 쥐게 되면 테러 종식은 요원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압바스가 지난 4월 총리직을 맡을 때도 이번과 비슷한 갈등이 있었다. 당시 아라파트는 내각 조각권, 보안군 지휘권을 놓고 압바스와 다퉜으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력에 밀려 많은 부분을 양보해야 했다.
국제사회도 중동 평화안 이행 과정에서 압바스 쪽을 밀어주는 분위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아라파트가 내부적으로나 주변 아랍국 사이에 여전히 팔레스타인을 대표하는 지도자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 딜레마이다. 두 지도자의 힘겨루기는 중동 평화의 앞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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