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에게는 지식과 양심을 발현시킬 용기가, 변호사에게는 돈벌이가 아닌 국민과 국가를 위해 뭔가를 해보겠다는 마음 가짐이 필요한 시대입니다."25일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대한변호사협회 주최로 열린 제14회 변호사대회에서 제34회 한국법률문화상을 수상한 법조계 원로 유현석(76·사진) 변호사는 대법관 제청 사건 등으로 발현된 사법개혁의 열의를 구체화시킬 자양분을 이렇게 두 가지로 설명했다.
그는 1952년부터 13년간 판사로 근무하다 변호사로 나서 '권인숙씨 성고문 재정신청 사건', '강기훈 씨 유서대필사건' 등 80년대 주요 공안사건 변론을 맡으며 인권변호사로 이름을 얻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법관들은 시비를 가려준다는 사명감 없이 상급심에서 자기 판결이 파기되는지 아닌지에만 관심이 있고, 변호사도 단순히 돈 잘 버는 직종으로만 변질돼 버렸다"며 현 법조계를 개탄했다.
그는 "사법개혁도 14명 대법관 중 한 명만 누구로 앉혀야 한다는 근시안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개별 법관들이 기존 판례에 묶이지 않고 변화하는 용기를 조금씩 보여주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법관의 연공서열을 안 따지다 보니 최고 재판관을 지냈던 사람이 정년퇴직 후 지방 법원에서 일하는 것도 자연스럽다"며 연공서열을 지나치게 따지는 국내 사법부의 전통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또 변호사들을 겨냥해 "예전에는 변호사라면 돈을 받고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절까지 함께 받았지만 지금의 변호사들에게는 기본적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는 사명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이돈명 변호사 사건'을 꼽았다. 이돈명 변호사는 86년 당시 시국사범이었던 이부영의원을 숨겨준 혐의로 기소됐다. 실제 이 의원을 숨겨준 사람은 고영구 현 국정원장이었으나 이 변호사로 잘못 지목됐고, 그도 굳이 이 사실을 밝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그 사건 외에 한 두 가지 잘 해결된 것이 있었을 뿐, 마음대로 안 되는 사건들이 대부분이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글·사진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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