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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정부책임 전가한 국민연금 개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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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정부책임 전가한 국민연금 개선안

입력
2003.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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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가 일상화한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그나마 위안으로 자리잡은 것이 국민연금이다. 직장인들은 쥐꼬리만한 월급 봉투에서 매달 몇십만원씩이 빠져 나가는 국민연금 공제가 노후를 보장해준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국민연금이 장래에 용돈으로 전락할 지도 모르겠다. 정부가 '돈을 더 많이 내고, 더 적게 받아가라'는 취지의 국민연금 개선안을 사실상 확정한 것이다. 필자는 이번 개선안이 불합리하다고 본다.우선 정부는 고령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현재의 '저부담, 고급여'방식을 유지하면 기금 고갈이 우려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연금 개혁을 미루는 것은 제도 개선의 부담을 미래에 전가하는 것이고 나중에 부작용이 큰 조치를 수반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묻고 싶다. 그렇다면 정부는 국민연금제도 시행 초기에는 우리 사회의 고령화 추세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우리 사회가 고령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현행 국민연금 제도를 확정한 10여년 전에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막대한 국민 혈세를 들여 운영하고 있는 통계청에서 나오는 자료를 정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는 말인가.

만약 고령화 추세를 제대로 예측하고 있었으면서도 현재의 방식을 정했다면 국민 사기극이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제도를 일단 받아들여지게 하기 위해 실현되기 어려운 장미빛 전망을 남발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제도의 시행에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지만 정부가 '안정된 노후를 보장한다'는 논리로 반대를 잠재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가입자는 매달 임금의 약 9%를 내고 나중에 임금의 약 60%를 받게 되있는데, 이는 약 7%를 내고 30%를 받아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비하면 관대하다고 정부는 주장한다. 정부는 그래서 이번 개편안에서 월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을 현행 60%에서 50%로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보험료는 현재의 월평균 소득의 9%에서 15.9%까지 올리기로 했다. 그렇지만 선진국 기준이 무조건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선진국에서 시행되는 것이라면 무조건 좋다는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현행 국민연금 제도 개선안은 국민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필자는 정부가 이번 사태를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한 때의 위기를 일단 모면하겠다는 발상에서 벗어나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

임 상 모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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