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의 가장 흔한 소재는 사랑, 그리고 결혼이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 때 의처증 남편의 이야기를 다룬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지 마라(不要和陌生人設話)'가 전국을 강타하더니 요즘은 '결혼10년(結婚十年·사진)'이 안방 극장을 꿰찼다. 6월부터 방송돼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중인 이 드라마는 한 부부의 결혼 10년사를 다룬다. 사랑과 결혼, 배신과 별거, 그리고 극적인 화해…. 내용은 뻔하지만, 중국 사회의 '속살'이 드러나 이방인의 눈에도 흥미롭다.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드라마 도입부의 혼인등기 과정. 학교에서 만나 연인이 된 청장(成長)과 한멍(韓夢)은 직장에서 결혼한 사람에게 단독 기숙사를 우선 배정한다는 규정에 따라 좋은 방을 얻기 위해 결혼을 서두른다. 그러나 결혼 등기(혼인신고)를 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우선 직장 상사가 '이 사람은 결혼한 적이 없고, 성품 등으로 보아 결혼하기에 적절하다'는 내용의 소개서를 써줘야 한다. 남편의 상사는 좋은 방을 친한 직원에게 주기 위해 소개서 작성을 미룬다. 어렵게 소개서를 받은 이들은 친구에게 자전거를 빌려 타고 건강 증명서를 받으러 검역소로 향한다. 그러나 지정 병원이 아닌 곳에서 검사했다는 이유로 등기소 문턱까지 갔다가 되돌아온다.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사진관. '결혼증'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이 결혼증이 있어야 집을 얻고 여관 등 숙박업소에 투숙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8일 발표된 새 혼인등기관리조례에 따르면 10월부터는 직장 상사의 소개서가 사라지고, 혼전 신체검사도 원하는 사람만 받으면 된다. 이혼 수속도 대폭 간소화했다. 또 장쑤(江蘇)성 등을 중심으로 결혼증 없는 남녀의 동거를 인정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직장에서도 더 이상 직원들을 위해 집을 마련해주지 않는다.
새 조례가 발표된 뒤 찬반 논쟁이 뜨겁다. 반대하는 이들은 '인륜지대사'인 결혼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중국에서는 이혼이 점차 늘어 지난해에는 786만쌍이 결혼하고, 117만7,000쌍이 이혼 수속을 밟았다. 그러나 찬성하는 쪽에서는 결혼에 관한 본인의 의사와 신체 프라이버시를 존중한 이번 결정을 인권 향상의 징표라고 해석한다. 또 이혼을 반드시 결혼의 '비극적 결말'로 볼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급변하고 있는 중국에서 결혼관이 앞으로 또 어떻게 변화해 갈지 궁금하다.
/이재민·중국 베이징대 박사과정
(중국 매체 및 문화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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