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형서점에 갔다가 생전 가지 않던 코너를 지나가게 되었다. 바로 참고서를 파는 코너였다. 청소년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 문제집 저 참고서를 들추고 있었다. 나라의 동량들! 열심히들 하시게나. 느긋한 마음으로 지나가는데 호기심이 생겼다. '요즘 참고서들은 도대체 얼마나 변했나?' 중학교 수학 문제집을 집어 들었는데 너무도 그리운 도형들이 거기 있었다.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라는 것은 얼마나 충격이었던가. 어떤 삼각형을 그려도 180도 아닌가. 반지름만 알면 원의 면적을 구할 수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공식과 도형과 원리들은 이제 아련한 추억의 대상이었다.나는 중3용 수학문제집을 한 권 샀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오면서 긴장된 마음으로 연필을 잡고 첫 번째 문제에 도전했다. 쉽지 않았다. 나는 표지를 슬쩍 들춰봤다. '고등학생 거 아니야?' 아니었다. 나는 좀더 겸손한 마음으로 다음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힌트도 보고 기억도 더듬어가며 끙끙거리다가 타협을 했다. 나는 뒤쪽에 있는 답 풀이를 훔쳐봤다. '흠, 별 거 아니었군. 이제 기억이 나는군.' 막 자신감을 충전하려는데 지하철에서는 엉뚱한 역 이름을 방송하고 있었다. 늦깎이 수학도는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쳐버렸던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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