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의 제주도 표착 350주년을 기념하는 도록 '항해와 표류의 역사'가 나왔다. 국립제주박물관이 10월12일까지 열고 있는 전시회를 계기로 펴낸 이 도록은 하멜 관련 자료 뿐만 아니라, 표류에 얽힌 신화와 전설, 표류의 역사적 배경과 의미, 학술 논문까지 실려있어 '항해와 표류'에 관한 종합 보고서이자 연구서라고 할 만하다.이 도록은 하멜이 태어난 고향마을 모습에서부터 그가 제주에 표착해 13년 28일 동안 조선에 머문 행적을 따라가며 관련 유물을 상세한 설명과 함께 실었다. 특히 그가 탔던 스페르웨르호의 복원된 모습, 무역품과 지도 등의 사진은 당시의 무역 규모와 수준을 보여준다. 이 배에는 대만제 녹피(사슴 가죽) 1만 9,000여장이 실려 있었는데 하멜은 이를 돈으로 교환, 생활비로 썼다.
또한 제주 목사이던 이익태(1633∼1704)가 재임 기간의 기록을 담은 '지영록'이나 고려 태조부터 1910년까지의 제주사를 기록한 '탐라기년' 등 국내 자료 등을 통해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이 밖에 네덜란드 연합동인도회사의 동방무역 현황과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인양한 해저유물에 대한 소개도 덧붙였다.
도록에 실린 10여편의 논문 중에는 하멜 표류 당시의 국제 관계를 조명한 신동규 강원대 인문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의 '하멜을 통해 본 조선·네덜란드·일본의 국제정세'가 눈길을 끈다. 그는 네덜란드인 표류민의 송환교섭과정을 밝힌 후 하멜 표착을 계기로 조선과 일본의 근대화 문제를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신 연구원은 "많은 연구자들이 조선 근대화의 후진성에 대한 원인을 네덜란드와의 접촉 기회를 상실한 것과 양측의 접촉을 견제한 일본의 행동에서 찾고 있지만 이는 한국의 자주적 역사성을 무시하는 '타율성 사관'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솔 발행·3만5,000원.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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