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와의 충돌을 계기로 북한 선수단이 철수방침을 시사하고 나서 대구 유니버시아드의 성공적 마무리가 위기에 처했다. 또한 이날 보수단체의 기자회견 및 시위는 예고돼 있었는데도 경찰이 안이하게 대응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의 경계소홀 책임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예견된 충돌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45)씨와 민주참여네티즌연대, 북핵저지시민연대 등 회원 20여명이 대구 산격동 U대회 미디어센터(UMC) 앞에서 기자회견을 시작한 것은 24일 오후 2시께. 이들은 '김정일이 죽어야 북한동포가 산다'는 등의 플래카드 3개를 내걸고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2시5분께 북측 기자들이 이를 목격하고 "(플래카드를) 어서 치우라"고 항의한 뒤 일단 기사 송고실로 들어갔다. 그러나 2시20분께 광장으로 다시 나온 북측 기자 5,6명은 마침 폴러첸씨가 "미국 워싱턴에 북한인권정부를 세울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고 격분, 폴러첸씨를 밀치며 제지하고 나섰다. 이에 보수단체 회원들이 항의하자 북측 기자단도 욕설과 고성을 지르며 맞서다 보수단체의 피켓을 빼앗아 휘둘렀다. 양측간 충돌은 경찰의 제지로 5분여만에 진압됐지만 이 과정에서 폴러첸씨가 병원으로 실려갔고 보수단체회원 장모씨의 입술이 터졌다. 또 북측 김광진 기자도 와이셔츠가 찢어지고 손가락을 다쳤다.
북한 선수단 및 대회 조직위 반응
북한 선수단 전극만 총단장은 이날 밤 기자회견을 갖고 "수백여명의 경찰이 진을 치고 보호하는 속에 반공화국 집회가 공공연히 벌어지는 한 경기대회 참가를 재고려해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조건부 철수의사를 피력했다. 전 총단장은 "동족이 동족을 타도하라는 구호까지 터져나오는 대결장으로 변해가는 이 땅에서 마음놓고 경기에 참가할 수 없다"며 "주동분자를 즉시 처벌하고 사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대구 U대회 박상하 집행위원장은 "북측에서 재발방지를 요구한다면 조직위 차원에서 이를 보장하는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통일유니버시아드 시민연대측은 보수단체측에 공식 항의서를 전달키로 했다. 그러나 보수단체들은 "순수한 기자회견도중 발생한 폭력사태를 묵과할 수 없는 만큼 당분간 대구에 머무르며 북한측을 강력히 규탄하겠다"고 밝혀 또다른 충돌도 우려되고 있다.
뒷짐진 경비
경찰은 보수단체가 대구 U대회에서의 행사계획을 미리 알고 현장 주변에 정사복 경찰관 200여명을 배치했다. 그러나 경찰은 보수단체가 북한측을 자극할 만한 플래카드를 걸고 구호를 외치며 사실상 시위를 벌였는데도 사전신고가 필요없는 기자회견이라는 이유로 이를 사실상 방치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기자회견은 집시법 적용을 받지 않는데다 경찰은 보수단체회원들이 인공기를 태우는지 만을 지켜보느라 북한 기자들을 미처 보지 못해 충돌을 막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ung@hk.co.kr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이오현기자 l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