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분야에서 한국인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하고 싶습니다"영국 버크셔 세인트 그리스핀 공립학교 고교과정을 졸업한 한국인 손 에스더(17·사진)양이 영국 대입자격고사(General Certificate of Education Advanced level)인 A레벨에서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역사, 일반상식 등 6과목 모두에서 A학점을 받고 명문 런던대 임페리얼 칼리지에 합격해 화제다.
6개 과목 전체 A학점 기록은 이 고교의 개교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그래서 세인트 그리스핀 공립학교 교장은 14일 직접 한국에 머물고 있는 손양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각 과목 성적을 일일이 불러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A레벨 응시에서 3과목만 A학점을 받아도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런던대 임페리얼 칼리지 등 명문학교에 합격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손양이 얼마나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손양은 이처럼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도 런던대 임페리얼 칼리지와 함께 복수 지원했던 명문 케임브리지대에서는 '영국 귀족사회에 속하지 않은 소수자'라는 이유로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이를 두고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영국 대학의 배타성과 폐쇄성을 질타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그러나 손양은 "케임브리지대 낙방이 외국인, 장애인 등 소수자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차별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으나 영국 대학들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나보다 뛰어난 영재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합격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어린 나이 답지 않은 겸손함을 보였다.
손양은 중학교 2학년 때인 1999년 신학 연구를 위해 유학길에 오른 부모님을 따라 영국에 오면서 외국생활을 시작했다. 중·고교 시절 손양은 부모님이 2년 연속 장학금을 받은 덕분에 무료로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학부터는 이 혜택이 없어져 연간 등록금 2,000만원을 손수 부담해야 한다. 특히 런던대 임페리얼 칼리지는 외국인에게 장학혜택을 주지 않아 학비 마련이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손양은 "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 과학 분야에서 한국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가 되고 싶다. 장차 생체기관 사이의 화학작용을 연구, 질병과 싸우며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런던대 임페리얼 칼리지는 노벨상 수상자를 14명이나 배출하고 영국내 연구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연구 환경과 관록이 뛰어난 신흥 명문 과학대학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노벨상 수상이라는 손양의 꿈이 실현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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