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실 언니, 아직 시집 안 갔어요?" "무슨 소리 하는 게야. 애인도 없는데."남북한 양궁 간판스타 윤미진(20·경희대)과 최옥실(26·김형직사범대)이 지난해 부산아시안게임이후 10개월만에 다시 만났다.
21일 오후 경북 예천의 '진호국제양궁장'에서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메달을 향한 구슬땀을 흘린 이들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이후 이번이 세번째 만남이다.
당시 여고생이었던 윤미진은 혜성처럼 나타나 금빛 시위를 과시, 2관왕에 올랐고 최옥실도 우승후보 나탈리아 발리바를 꺾는 돌풍을 일으키며 북한양궁사상 처음으로 국제대회 4강에 진출, 남북의 '양궁 신데렐라'로 등장했다. 최옥실은 그러나 여자 개인전 준결승에서 한국의 김남순에게 져 결승에 오르지 못했고 3·4위전에선 김수녕에게 3점차 패배로 메달을 얻지는 못했다.
이때만 해도 이들은 첫 만남의 서먹함 때문인지 간단한 인사만 나누는 언니, 동생이었다. 그러나 처음 맞대결을 벌인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오히려 이들은 더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다. 당시 개인전 8강전에서 서로를 향해 활시위를 당겨 윤미진이 114―104로 크게 이겼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세번째 만난 이들은 이제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고 머리핀과 배지도 교환할 만큼 다정한 '자매'가 됐다.
윤미진은 "북한이 대구 U대회에 불참한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옥실 언니 얼굴이 머리에 떠올라 많이 서운했었다"며 "(옥실)언니가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큰 선물을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미진는 그러나 메달경쟁에서는 질 수 없다는 각오다. 윤미진은 7월부터 이달중순까지 미국과 그리스를 오가며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와 아테네 2003양궁선수권대회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석권하고 지난 17일 귀국, 피로가 쌓여있지만 활 시위는 단단하게 조여져 있었다.
슈팅타임이 규칙적이고 빠른 장점이 있는 최옥실이 과연 이번대회에서 윤미진의 벽을 넘고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당한 패배를 설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구=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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