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노 나나미 지음·백은실 옮김 한길사 발행·1만2,000원베스트셀러 '로마인 이야기'의 인기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중세부터 르네상스 시대에 걸친 아홉 가지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랑의 풍경'은 열정적이고 섬세한 필치로 써내려간 에세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주인공들은 작가의 전문 영역인 이탈리아 문화와 역사에 등장하는, 사랑으로 행복했거나 그로 인해 파멸한 사람들이다. 16세기 후반 20년 가까이 토스카나 공국 황태자의 애인으로 지내다 마침내 정식 대공비가 된 비앙카 카펠로처럼 사랑의 승리자가 있는가 하면, 한 여자를 둘러싼 피비린내 나는 형제간의 다툼 끝에 살인을 저지르고 50년 넘게 감옥살이를 해야 했던 페라라 공국의 서자 돈 줄리오처럼 비극적인 인물도 있다.
그 중에서도 9세기 여자 교황 조반니 8세의 사랑은 특히 흥미롭다. 수도사와 사랑에 빠져 도망친 그는 남장한 채 유럽을 떠돌다 신학자로 명성을 얻어 가톨릭교회 사상 전무후무한 여자 교황까지 되었지만, 미사를 집전하던 중 출산을 하는 바람에 여자인 게 들통나고 만다. 그는 아이를 낳자마자 죽었다.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달콤하고도 위험한 유혹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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