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특히 컨테이너 수출비중이 높은 가전과 화학 수출 업체들은 제품 선적이 차질을 빚을 경우 대외 신인도가 추락할 것을 우려, 비상 수송 차량 확보 등 피해 줄이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삼성물산 등 종합상사들은 22일 "컨테이너는 보통 수출 선적 일주일전에 부두에 도착하기 때문에 당장은 피해가 미미하다"고 밝히면서도 거래처에 납품 연기를 요청하는 방안 등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수출 화물 중 부두에 2,3일전에 도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운송거부 사흘째인 23일부터 '수출대란'이 가시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협은 부산·광양항의 수출비중과 반출입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운송거부 첫날인 21일 하루 6,300만달러 정도의 운송 및 선적차질이 발생했으며, 사태 장기화로 화물처리가 전면 중단되면 수출 차질 액수가 1억8,261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21일부터 24시간 비상 상황실을 가동중인 삼성전자는 수원 등 경기지역 공장에서 부산항으로 보내야 할 가전제품 수송이 차질을 빚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냉장고와 청소기 등을 생산하는 광주사업장은 하루 평균 250개 분의 컨테이너를 처리해야 하는데 차량 확보가 안 돼 30% 정도의 제품 출하만 이뤄지고 있다"며 "회사 전체로 따져 볼 때 하루 50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현재 급하게 항만으로 수송해야 하는 적재물량이 많지 않아 별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파업에 대비해 미리 확보한 빈 컨테이너 2,200개가 주말(23일) 이후에는 바닥날 것으로 보고 컨테이너 추가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매출 대비 수출이 60% 이상인 섬유업체 효성은 "수송량이 평소보다 30∼40%가량 줄어들었다" 고 말했다.
무협에 따르면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CD)의 차량운행은 22일 화물차 가동률이 평소의 26%(490대에서 120대), 컨테이너 처리율은 26%(평소 5,511TEU에서 1,421TEU·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각각 떨어졌다. 부산항의 컨테이너 반출입 물량도 21일 평소의 78.8%(1만8,011TEU)에서 22일에는 66.3%(1만5,150TEU)로 더 낮아졌다. 무협 관계자는 "화물이 몰리는 월말과 추석(9월11일)을 앞두고 있어 파업이 월말까지 이어질 경우 수출화물 적기 선적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직격탄을 맞은 시멘트 업계는 하루 평균 유통 물량 20만톤이 대부분 출하기지에 묶여 건설현장 에 공급되지 못했다. 쌍용양회 관계자는 "21일에는 화물연대 비가입 차량이 일부 가동됐으나 기사들이 신변위협을 느껴 운송에서 이탈하는 바람에 운송이 완전 중단됐다"고 말했다. 시멘트 업계는 쌍용양회 30억원(매출 기준) 등 하루 120억원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운송거부가 장기화할 경우 레미콘은 물론 시멘트와 레미콘을 주요 자재로 사용하는 건설업계 역시 연쇄적인 피해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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