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 및 개인별 신분등록제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새 민법추진안은 '가족 개념의 엄청난 변화'를 수반할 것으로 보인다.개인별 신분등록제 도입
법무부는 우선 현행 민법에 규정된 호주 및 가족의 범위를 삭제할 방침이다. 이 경우 호주 중심으로 가족이 구성되며 호적에 가족 구성원 모두의 신분변동 사항이 기록되던 지금까지의 체계 대신 구성원 모두가 개별적으로 신분등록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4인 가족일 경우 호주인 아버지와 어머니, 자녀의 신분변동 사항 등이 하나의 호적에 모두 기재되는 대신 구성원 개인별로 4개의 개인 신분등록 서류를 갖게 된다는 뜻이다. 이 서류에는 개인의 출생, 혼인 등 사항과 함께 부모, 배우자, 자녀 등의 신상이 기재되나 현재 호적에 함께 오르도록 돼 있는 형제, 자매의 신상은 기재되지 않는다. 당연히 호주도 기록되지 않는다.
이는 가족 구성원들이 모두 법률적으로 동등한 지위를 갖는다는 의미로 이렇게 될 경우 어린 아들이나 손자가 어머니와 할머니를 대신해 호주가 되는 비현실적 상황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어머니가 친권과 양육권을 갖고 있는 이혼 가정의 자녀가 비자 등 서류를 발급 받을 경우 호주인 아버지의 이름을 계속 기재해야 하는 상황도 개선될 전망이다. 그러나, 개인별 신분등록제 대신 부부를 단위로 하는 '가족부'를 호적제도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의견도 적지 않아 최종 결론은 아직 미지수다.
재혼시 자녀의 성(姓) 변경 가능
여성단체 등이 현행 호주제의 가장 큰 폐해로 지적해 온 부분이다. 현행법에는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사는 자녀의 경우 새 아버지의 호적에 올릴 수는 있었지만 성은 바꿀 수 없도록 돼 있다.
즉, 재혼 자녀들이 호적등본이나 주민등록등본 등에 새 아버지와 성이 다르다는 사실이 그대로 노출돼 고통을 받아왔다는 게 여성단체 등의 주장이었다. 이 때문에 가정법원의 판단에 따라 자녀의 성을 바꿀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입법예고안이 확정·시행될 경우 가정법원에 새로운 종류의 소송이 쇄도할 것으로 보인다.
부부 합의에 따라 자녀 성 결정
자녀가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한 부분도 파격적이다. 입법예고안은 원칙적으로는 자녀가 아버지의 성을 따르도록 하고 있으나 부부가 합의할 경우 어머니의 성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형제, 자매의 경우 모두 같은 성과 본을 사용해야 하도록 규정할 방침이라 '동기간(同氣間) 이성(異姓) 사용'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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