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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 "다모"에 담긴 하층민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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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 "다모"에 담긴 하층민 역사

입력
2003.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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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 사극 '다모'(茶母)가 인기다. '다모'를 좋아하는 '다모폐인'의 한 사람으로서 도대체 조선시대 '다모'가 어떤 존재이고, 어떤 인물이었는지가 궁금해 자료를 뒤져보았다.다모는 '조선시대 서울 치안을 담당한 포도청 소속 비밀 여자 경찰' 정도로 이해된다. 원래는 관아에서 차를 끓이는 노비를 뜻했지만 수사에 투입됐다. 내외의 법도가 엄연하던 때라 여자 죄수를 다루거나 남의 집 안채를 수색하는 일은 다모가 맡았다. 다모는 형조와 의금부에도 있었는데, 역적 모의를 하는 집에 많이 갔다. 치마 속에 두 자쯤 되는 쇠도리깨와 오랏줄을 감추고 정탐을 하다가 죄가 분명하다고 생각되면 숨기고 있던 쇠도리깨로 문을 부수고 들어가 죄인을 묶어 왔다. 18세기 문신 김화진은 선조 연간 정여립의 난, 인조 연간 영의정 심기원의 역모 사건 때 다모가 범인을 체포하고 수색했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런 일을 하려면 힘과 담력이 필요할 터, 그래서 다모는 우선 키가 5척을 넘어야 하고 쌀 닷 말(40kg) 쯤 가볍게 번쩍 들고 막걸리 세 사발을 단숨에 마시는 채용시험을 거쳐야 했다는 얘기도 있다.

올해 2월에 나온 '나는 당당하게 살겠다'(김건우 편역, 문자향 발행)에도 다모 이야기가 들어있다. 봉건적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당당하게 살고자 했던 조선 여인들을 소개한 이 책에는 다모 '김조이'가 등장한다. 포도청의 밀주 단속반이었던 그는 밀주 항아리를 찾아낸 집이 끼니도 잇지 못할 만큼 가난한 것을 보고는 그냥 나온다. 그런데 밀주를 빚은 할머니의 양반 시동생이 포상금에 눈이 멀어 형수를 밀고했음을 알고는 대낮 큰 길에서 그의 뺨을 때리고 침을 뱉으며 꾸짖는다. 이 일로 곤장 20대를 맞지만 상관은 나중에 그를 따로 불러 '자네야말로 의인'이라는 칭찬과 함께 돈 꾸러미를 건네 준다. 그는 그 돈을 불쌍한 할머니에게 주고 떠난다. 천한 노비이자 여자의 몸이지만 의협심과 대담함이 참으로 놀랍다.

지배층 위주로 씌어져 온 역사에서 다모를 비롯한 하층민의 삶을 생생하게 만날 기회는 매우 드물다. 비록 허구지만 드라마 '다모'를 그래서 재미있게 보고 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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