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람회 카탈로그를 주의깊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전람회 카탈로그는 일반적으로 전람회에 다녀온 기념품 정도로밖에 인식되지 않는 게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전람회 카탈로그는 온갖 자료의 보고이며 학술적 연구를 반영한 귀중한 '책'이기도 하다는 것을 '전람회 카탈로그의 재미'는 여실히 느끼게 해 준다.도쿄대학 종합문화연구과 비교문학·비교문화 전공 조교수이며 개인적으로는 필자의 은사이기도 한 이마하시 에이코(今橋映子)가 감수하고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 27명이 집필한 '전람회 카탈로그의 재미'는 지금까지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전람회 카탈로그를 대상으로 비평을 시도하고 있어 신선한 문제의식을 던져주고 있다. 이 책의 출판과 더불어 도쿄대학에서는 '지(知)의 공유재산·전람회 카탈로그의 현재―제작에서 비평까지'라는 심포지엄도 열렸다. 이 심포지엄에는 직접 전람회 카탈로그를 제작하고 있는 미술관의 학예원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참석, 전람회 카탈로그를 둘러싼 문제점에 대해 열띤 논의를 벌였다.
지금 왜 전람회 카탈로그가 문제가 되는가? 그 배경에는 현재 일본에서 생산되고 있는 전람회 카탈로그가 일반 서적에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있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일본에서 유일하게 전람회 카탈로그를 대상으로 하는 '게스나 상'을 수상한 다나카 쿄키치(田中恭吉) 전의 카탈로그는 우선 양이 382쪽이나 된다. 내용을 살펴보면 작품 사진은 물론이거니와 작품 하나하나의 상세한 정보와 함께 문헌에 소개된 경우에는 문헌명까지 적혀있다. 작가가 관여한 잡지에 대해서도 자세한 해설과 함께 표지와 목차의 사진까지 들어있다. 작가가 지인들에게 보낸 엽서의 앞뒷면 사진이 전부 실려있는가 하면 그 엽서를 받은 인물과의 관계와 그 시기의 작가의 상황에 대한 설명이 붙어있다. 그 밖에 관련 논문과 작가의 상세한 연보, 그리고 작가가 쓴 산문, 시 등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이처럼 수준높은 전람회 카탈로그가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일본에서 전람회 카탈로그는 일반서점에서 판매하지도 않거니와 국회도서관이나 대학도서관에 제대로 들어가 있지도 않다. 이러한 상황에 이의를 제기하며 전람회 카탈로그를 어떻게 제작할 것인가, 어떻게 읽을 것인가, 어떻게 수집하고 보존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했다는 면에서 이 책은 매우 자극적이다. 심포지엄 참석자 한 사람이 지적했듯이 전람회 비평과 카탈로그 비평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남아있다. 그러한 것들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일 것이다.
황선영 도쿄대 비교문학· 문화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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