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m 전방이 과속단속 지점이니 규정속도를 지키십시오' '급커브 지역이니 안전운행 하십시오' '사고가 많은 곳이니 주의하십시오' 요즘 GPS(Global Position System)단말기의 인기가 높다. 상당수 운전자들이 범칙금 내는 것이 아까워 이 장치를 구입하지만 한번 사용해보곤 사고예방 효과에 공감한다. 인공위성에서 제공하는 위치정보와 도로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결합시킨 이 단말기는 과속단속 지역은 물론 사고 많은 지역, 안개지역, 터널, 급커브, 인터체인지 등 다양한 정보를 음성으로 전해준다. 상세한 지도 위에 현재의 위치와 방향을 알려주는 기능까지 포함된 것도 있지만 가격이 좀 비싼 편이다.■ 운전자들에게 매우 편리한 GPS단말기를 놓고 제조업체와 경찰 간에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GPS단말기를 도로교통법상의 불법부착물로 보아 단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경찰은 운전자들이 과속으로 달리다 경보를 듣고 급히 속도를 줄이는 바람에 사고위험이 높다고 덧붙이고 있으나 어딘가 옹색해보인다. 아직 여러 어려움 때문에 본격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지 않지만 그대로 묵인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 제조업체측의 입장은 반대다. 과속단속 지점이나 위험지점을 500m 전방의 표지판으로 예고해주는 것을 음성으로 대신하는데 왜 불법이냐는 항변이다. 오히려 표지판을 못보고 지나쳤다가 단속카메라를 보고 급히 속도를 줄이는게 더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일부에선 경찰이 범칙금 수익이 줄어드는 바람에 교통안전 관련 용도로 쓸 예산 확보가 어려워 단속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주장도 있다. 제조업체측은 GPS를 이용한 기술이 미래 성장산업인 텔레매틱스의 핵심분야라는 점을 인정해주지 않는 경찰이 답답할 뿐이다.
■ 텔레매틱스(Telematics)는 통신(Telecommunication)과 정보(Informatics)의 합성어. 교통정보 서비스는 기본이고 인터넷과 접속해 정보를 검색할 수 있고 차량운행과 승차자를 위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위치기반서비스 (LBS:Location Based Service)에 바탕을 둔 텔레매틱스는 성장 가능성이 무한해 선진국들의 기술경쟁이 치열하다. 도요타, 닛산, 혼다에 이어 현대, 기아 등 국내 자동차업계도 이 분야 진출을 선언했다. 우리 정부도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미래 전략성장산업으로 이 분야를 육성시킨다는 방침이다. IT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 텔레매틱스의 핵심인 GPS단말기를 단속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방민준 논설위원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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