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여름철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어느 가정. 어머니가 모기향을 찾고 있을 때, 아들은 핸드폰을 켠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는 아들. 핸드폰을 통해 인터넷 서비스에 접속해 다운 받은 것은 바로 모기퇴치음. 기괴한 음을 발산하는 핸드폰이 아들에겐 모기향이었다.S#2. 집 앞에 도착한 그 남자에게 열쇠는 따로 없다. 그가 주머니에서 꺼내든 것은 핸드폰. 핸드폰을 문에 갖다 대자 문이 척 열렸다. 핸드폰은 더 이상 007 영화에 나오는 비밀병기 따위가 아니다.
휴대폰의 진화가 상식을 뛰어넘고 있다.
아직도 휴대폰을 손전화쯤으로 여긴다면, 당신의 모바일 지수는 제로다. 과장을 조금 더 보태면, 곧 문명의 도태자가 될지도 모른다. 휴대폰은 지금 사진기, 열쇠, 신용카드, 출입증, TV, 오디오, 비디오의 역할까지 맡고 있다. 공상과학영화나 스파이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장면들이 지금 서울의 한 복판, 담뱃갑보다 작은 물건 속에서 눈부시게 펼쳐지고 있다.
콘텐츠의 무한증식
모기퇴치음은 SK텔레콤의 모바일 서비스 '네이트'가 올 여름 처음 선보인 콘텐츠. 정보이용료가 건당 3,000원이지만, 다운로드 횟수가 1만여건에 달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벨소리 수준에 머물렀던 모바일서비스의 콘텐츠는 고스톱 등 모바일 게임, 위치찾기 서비스 등으로 확대되더니, 유무선이 통합된 차세대 이동통신 IMT2000 서비스가 실시되면서 거의 혁명적 수준에 이르고 있다.
SK텔레콤의 '준', KTF의 '핌' 서비스를 통해 영화, 음악은 물론 텔레비전 방송까지 보는 광경이 낯설지 않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SBS 드라마 '요조숙녀'의 경우, 드라마뿐 아니라 NG 장면, 제작현장 장면을 휴대폰에서 볼 수 있다. 신인가수들이 방송이나 라디오가 아니라 아예 휴대폰 서비스를 통해 신곡을 공개하고 데뷔하는 실정이며 모바일 전용영화도 제작되고 있다.
최근 불고 있는 누드 열풍의 진앙지 역시 휴대폰이다. 권민중, 김완선 등 누드 동영상의 유통 통로가 바로 핸드폰 동영상 서비스. 동영상 서비스는 학원강의, 레포츠 강습 등 교육 프로그램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2인치의 화면은 그야말로 21세기의 만화경이다.
무한 다기능
콘텐츠의 증식 뿐만 아니다. 휴대폰 자체에 IC칩을 내장해 신용카드, 출입증, 도서대출증 등 다용도 기능으로 확대되고 있다. 신용카드처럼 결제가 가능한 SK텔레콤의 모네타, KTF의 K-머스 서비스는 2002년 일찌감치 시장에 선보였으나 아직은 가맹점이 작아 사용이 불편하게 흠이다.
SK텔레콤은 최근 직원 ID카드를 휴대폰으로 대체했고, 9월부터는 SK 전사옥으로 확대할 예정. 또 인천지역 도서관을 대상으로 도서 대출카드 서비스도 제공되고 있다. 대출증이 없어도 휴대폰으로 간단하게 책을 빌릴 수 있게 된 것. KTF도 이에 뒤질세라 디지털도어락(잠금장치) 개발업체와 제휴를 맺고, 휴대폰만 갖다대면 문이 열리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IC칩의 활용으로 휴대폰을 통해 집에 있는 TV를 켜고, 에어컨을 끄는 등 휴대폰 홈네트워킹 서비스도 예고되고 있다. 지금 휴대폰은 내일의 모습조차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성큼성큼 미래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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