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시는 '북핵'이라는 단어를 완전히 잊은 듯 상승 잔치를 하고 있지만 북한 핵 문제는 여전히 우리증시의 밑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거대한 변수다.경기 사이클과 기업실적 등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올 한해 우리 증시는 북한 핵 문제의 전개 양상에 따라 등락을 거듭했다.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증시에서 북한 문제는 한국의 국가위험도와 곧바로 연결됐다. 이는 또 아시아 증시에서 서울 증시가 가장 저평가된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 핵 이슈는 지난해 12월 북한의 핵 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표면화하기 시작했고, 올 2월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핵 문제를 이유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하면서 종합주가지수를 600선 아래로 끌어내리는 결정적 악재로 작용했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 취임 후 대북 정책을 놓고 한미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외국인의 '셀(Sell) 코리아'로 550선까지 추락했던 증시는 4월 베이징 3자 회담과 5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본격적인 회복국면으로 돌아섰다.
북한의 6자 회담 수용과 유니버시아드 대회 참가 등 화해 무드로 증시 상승 랠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북한 핵 문제는 여전히 투자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 KGI증권은 21일 북한 핵 문제 해결 시나리오의 원만한 타결, 한반도 전쟁, 지지부진한 대치 국면 지속, 북한 내부붕괴 등 4가지로 제시하고 대치국면이 계속될 가능성이 40%로 가장 높다고 밝혔다.
리서치센터장인 윤세욱 이사는 "북한과 미국 간 양자협상이 타결되는 것이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이지만 실현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협상이 장기화하고 지지부진한 대치국면이 지속돼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한국 증시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KGI증권은 독일 통일 사례를 들어 북한의 내부 붕괴가 통일로 이어질 경우 초기에 주가는 북한에 대한 투자 확대와 새로운 수요 창출 기대로 크게 상승하겠지만 중기적으로는 '통일 비용' 부담으로 다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 붕괴 직후 독일 주가는 9개월간 32.3% 상승했으나 90년 7월 고점을 찍은 주가는 공식 통일일인 90년 10월까지 25.4% 급락하며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KGI증권은 통일 과정에서 혜택을 입을 수 있는 업종으로는 TV 냉장고 등 생활 가전 제품업체와 기초 생필품업체, 통신 전력 건설 철강 등 기간산업 등을 꼽았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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