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들이 국내 소매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기업을 상대로 한 제한된 영업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은행 지분과 경영권 인수, 지점 설립, 선진 투자기법을 활용한 금융상품 출시 등을 통해 개인고객 영업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지점 신설 및 은행지분 참여
최근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영국계 스탠다드 차타드은행. 이달 초 한미은행 지분 9.76%를 인수, 2대 주주로 올라선 스탠다드 차타드은행은 향후 미국계 투자펀드인 칼라일 그룹의 한미은행 지분(36.6%)까지 인수, 본격적인 국내영업에 나설 의도를 감추지 않고 있다.
마이크 드노마 소매금융본부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5년 안에 한국 소매금융시장에서 3∼5%의 시장점유율을 갖는 게 목표"라며 "국내 신용카드사업 진출을 위한 카드사 인수를 위해 현재 몇몇 카드사와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은행은 외환카드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탠다드 차타드은행은 또 소액 대금업에도 진출, 내년 초 서울 강남에 새 지점을 신설할 계획이다. 신용대출 금리는 연 10∼22% 수준에서 운용키로 결정, 연 7∼9%대인 시중은행과 연 20∼66%인 대금업체 사이의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최근 씨티은행으로부터 전문가를 영입했고 해외시장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면 고객 리스크 관리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 중 수신규모 1위인 씨티은행은 내년 초 대전, 대구, 광주 등 3곳에 지점을 새로 낸다는 목표 아래 이 달 말께 금융감독원에 인가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지점 신설은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영업전략"이라며 "현재 12개인 씨티은행의 국내 지점수는 15개로 늘어 웬만한 지방은행을 뛰어넘는 전국 네트워크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계 론스타 펀드도 10억달러를 투자해 외환은행 지분 51%를 확보한다는 방침 아래, 현재 신주 발행가와 인수규모 등을 놓고 외환은행 대주주인 수출입은행(32.5%) 등과 최종 논의 중이다. 매각 협상은 다음달 16일로 예정된 외환은행 임시 주주총회 직후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최근 외환은행과 업무제휴를 맺은 중국은행도 다음달 초 경기 안산의 중국인 밀집지역에 지점을 내고 중국인 근로자들을 고객으로 유치할 방침이다. 중국 3위의 건설은행도 연말까지 서울사무소를 지점으로 승격시켜 본격적인 영업에 나선다.
차별화한 금융상품 출시
HSBC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중국, 인도 등 6개 신흥시장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해외펀드 상품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의 가장큰 특징은 목돈이 아닌 월 100달러 이상씩 적립해 펀드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
HSBC은행이 지난해 4월 국내에 처음 선보인 적립식 펀드는 매입가격 분산에 따른 안정적 수익 확보로 현재 '템플턴 그로스' 'PCA 그로스' 등 18개로 늘어날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HSBC은행 한국대표부 릭 퍼드너 대표는 "HSBC의 해외 신흥시장 투자펀드는 한국 최초로 높은 성장 가능성을 가진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상품"이라며 "현재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한국 투자자를 대상으로 다양하고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외국 주식이나 채권이 아닌 국내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펀드를 출시, 더욱 적극적인 국내 펀드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달 말부터 판매하고 있는 'LG 인덱스 밸런스드' 펀드의 경우 자산의 70%는 국공채, 30%는 현·선물 차익거래를 통해 원금보전과 함께 추가 수익을 노린다. 운용사도 외국 투신사가 아닌 국내 LG투신운용이 맡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도 외국계 은행들의 차별화한 금융서비스에 대응하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