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이상 겨울만 기다리지 않는다."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옆 하늘공원. 악명 높은 난지도의 옛모습을 말끔히 씻고 이제 시민공원으로 사랑 받고 있는 이 곳, 가뿐한 몸차림의 젊은이들이 약속이라도 있는 듯 총총걸음을 놓으며 하나 둘 모여들었다.
공원으로 오르는 경사진 도로 중턱쯤에 이르자, 그들의 세계가 바람과 함께 나타났다. 젊은이 30여명이 보드 위에 몸에 의지한 채, 도로 좌우로 획을 그으며 미끄럼 타듯 씽씽 질주해 내려오고 있었다. 신종 보드인 플로우랩(Flowlab)을 타는 젊은 부대였다.
땅위를 달리는 스노보드
"바람을 가르는 기분 아세요?" "스노보드 만큼 스릴있고, 짜릿해요." "가슴이 뻥 둘리는것 같아요." 넘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한 포즈로 언덕길을 내려온 젊은이들의 입가가 찢어질 듯했다.
지난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 플로우랩은 최근 보드족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신종 레포츠. 프리보드, 스케이트보드 등 보드 종류도 가지각색이지만, 플로우랩은 모양새부터 특이하다. 앞뒤로 각각 7개의 바퀴가 휠에 묶여 부채꼴 모양으로 늘어선 모양이 마치 염주를 연상케한다. 바로 이 바퀴에 플로우랩만의 매력이 숨어있다.
다음 카페 '플로우랩' 운영자인 강상일(26)씨는 "4바퀴로 움직이는 스케이트보드의 기우는 각도가 25도인데 비해, 플로우랩은 45도나 돼 방향전환이 매우 자유롭다"며 "눈 위를 달리는 스노보드의 스릴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7개의 바퀴와 휠, 고무패드의 탄력성을 이용해 스노보드와 같은 수준의 카빙턴(carving turn·눈을 칼로 자르듯 미끄러지지 않고 단 번에 회전하는 턴)이 가능한 보드라는 것이다.
경사면을 내려올 때의 최고 속도는 시속 45㎞. 기우는 각도가 크기 때문에 체감속도도 더욱 높다. 회사원인 이지형(22)씨는 "다른 보드에선 스노보드만의 매력이 살아나지 않아 아쉬움이 많았는데, 플로우랩은 스피드가 넘치면서도 탄력적이고 유연성이 좋아 흠뻑 빠졌다"고 말했다
스릴엔 위험도 때론 따르는 법. 플로우랩을 막 배우던 한 대학생이 왠지 어슬퍼보이더니 결국 길 바깥쪽으로 구르고 말았다. 어깨가 골절된 듯 보이던 이 학생은 곧 119 구급대에 실려갔다. 회원들은 으레 있는 일이라는 듯, 개의치 않고 활주에 여념이 없다. 한 젊은이는 "처음에 몇 번 구르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즐기는 것 아니냐"고 미소를 지었다.
보드족들의 매력을 뺏으면서 플로우랩의 인기도 급상승하고 있다. 국내 최대 동호회인 다음카페 '플로우랩' 회원은 지난해만 해도 200∼300여명에 불과했지만 올 5월을 넘기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8,000여명에 이르렀고, 최근 10여개가 넘는 신규 동호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매주 일요일 오후 하늘공원에서 열리는 정기 모임에는 50∼60여명의 회원들이 꼬박꼬박 나온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동호회 운영도 맡고 있는 조성범(30)씨는 "중학생에서부터 30∼40대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며 "간편한 도구로 스릴만점의 스피드를 즐길 수 있어 스트레스 해소에는 그만이다"고 말했다.
물론 플로우랩의 한계도 있다. 차량이 다니지 않는 언덕길이 확보돼야하는 점. "차도 없고, 사람들도 많이 다니지 않는 언덕길은 월드컵 공원이 거의 유일한 것 같다"며 "이곳이라도 이대로 잘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사진=류효진기자
플로우랩 배우려면
플로우랩의 원래 명칭은 DCS(Deep Carve System) 보드. 카빙을 깊게 해준다는 뜻이다. 플로우랩은 DCS보드 개발회사의 브랜드 명칭이었지만, 플로우랩이 대중적으로 더 널리 알려지면서 보통명사화했고, 플랩, 플로랩으로도 쓰인다.
스노우보드를 타는 사람이면 30분 정도만 배우면 금방 탈 수 있고, 초보자라면 개인차는 있지만, 하루 정도 연습하면 된다.
플로우랩의 대당 가격은 34∼38만원선. 보호장비는 플로우랩용이 따로 없어 스케이트보드나 인라인 보호장비를 사용하면 된다. 무릎, 팔꿈치, 손목 보호대을 합쳐 1만5,000원 정도이며 헬멧은 3만원대. 강습은 다음 카페 '플로우랩'을 비롯해 각종 플로우랩 동호회에서 실시한다.
구입처
플로우랩 www.flowlab.co.kr
플로우랩 국내 총판을 맡고 있는 플로우랩코리아. 동영상 강의도 볼 수 있다.
보드마니아 www.boardmania.co.kr
플로우랩, 마운틴 보드 등 다양한 보드를 판매하고 있다.
플랩 www.flab.co.kr
플로우랩 뿐 아니라 스키, 인라인스케인 등을 판매하며 플로우랩 동호회,강습, 행사 일정 등의 정보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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