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만든 인공기가 빛을 보게 돼 다행입니다. 북한 팀 불참 이야기가 떠돌던 며칠간 밤잠까지 설쳤어요."대구 협신특수나염 김호경(44) 대표는 지난해 부산아시안게임에 이어 21일 개막하는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에 사용될 인공기를 제작한 인연 때문에 국내 유일의 합법적 인공기 제작자로 통한다. 그는 "북한의 참가로 대구가 초상집에서 잔칫집으로 바뀌었다"며 U대회의 성공을 점쳤다.
김 대표가 11일 하루 만에 관계기관의 철통 같은 보안 속에 제작, 대회 조직위에 납품한 인공기는 가로30㎝, 세로20㎝ 크기의 국제회의용 6장과 가로 180㎝, 세로120㎝ 크기의 실내 시상용 23장 등 모두 35장. "2대1 비율인 인공기 규격을 태극기와 같은 3대2 비율로 맞추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다"는 그는 "미국, 쿠웨이트, 라트비아 등의 국기 비율도 태극기와 달라 똑같이 통일했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해 아시안게임때 제작한 인공기는 123장. U대회용 인공기가 훨씬 적은 것은 이번 대회 북한 경기가 아시안게임 때보다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U대회 참가가 우여곡절 끝에 이뤄져 인공기 게양을 통한 남북화합의 의미는 더욱 각별해졌다.
김 대표는 직원 15명과 3월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전세계 183개국 국기와 U대회 엠블렘, 성화봉송용 깃발 등 15만여장을 제작했다. 그가 제작한 깃발은 대구 시내와 경기장, 고속도로 톨게이트와 휴게소 등 전국에 내걸려 있는데 원단만 32만야드로 그 길이가 300여㎞에 이른다. 서울―대구보다도 먼 거리. 깃발은 모두 대구 섬유의 주력 품종인 폴리에스테르 파일 직물로 제작됐으며 방수 등 특수 처리돼 질기고 햇빛에 바래지 않아 참가국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그리고 지난해 아·태 장애인올림픽 때에도 참가국 국기를 납품한 그는 "갈고 닦은 기술을 이번 대회에 다 쏟아 붓겠다는 각오로 심혈을 기울였다"며 "U대회가 남북통일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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