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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페퍼민트" 3色사랑/남경주·바다·고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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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페퍼민트" 3色사랑/남경주·바다·고영빈

입력
2003.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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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순수문화를 막론하고 가장 많이 다루는 소재는 사랑이다. 배우는 극 중에서 사랑에 빠지고, 가수는 사랑을 노래한다. 사랑은 천변만화의 모습과 느낌을 하고 있지만 일반인보다 수십 배 많이 사랑 이야기를 해 온 배우나 가수의 사랑에 대한 느낌은 남다를 수 있다.9월19일∼10월23일 서울 정동의 뮤지컬 전용 극장 팝콘하우스에서 열리는 창작 뮤지컬 '페퍼민트'에서 주연을 맡아 세 가지 색깔의 사랑 연기를 펼치는 현역 최고의 뮤지컬 배우 남경주(39), 처음으로 뮤지컬에 도전하는 SES 출신의 바다(23), 떠오르는 신예 고영빈(30)이 페퍼민트처럼 톡톡 튀는 사랑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남경주

(극 중에서) 사랑은 희생이다

저는 터주 역을 맡았습니다. 흔히 말하는 터주 귀신이지요. 바다한테만 보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죠. 바다가 어릴 적 살던 집의 귀신이에요. 제 나이만큼 40년은 묵은 귀신(웃음). 성공한 가수가 되어 집에 돌아온 바다를 보니 뭔가 슬픈 구석이 있는 것 같아 도와주고 싶어서 지켜보니 바다는 진실한 사랑에 목이 말라 있는 겁니다. 귀신과 인간이 사랑에 빠지게 되죠. 이런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법이어서 칼로 자신을 찌르면 잠시 인간으로 변해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지만 곧바로 사라져 버리는 운명입니다.

귀신이라는 설정은 바다가 현실의 사랑 대신 머리 속에 그린 이상형인데 이 귀신은 희생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연을 보는 많은 사람에게 사랑의 실체와 본질이 희생임을 알립니다. 색깔로 표현한다면 파란 하늘 같은 남자죠.

(실제로는) 사랑은 함께 집보러 다니는 것

바다와 동갑인 여자친구와 내년 봄에 결혼할 예정입니다. 이제는 한 여자를 책임 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분명하게 생기는 듯해요. 예전에는 친구들이 왜 일찍 결혼하는지를 궁금하게 여겼는데 그들이 용기가 있었고 제가 비겁했던 거죠. 이제는 현실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면 그때서야 하나의 인간으로 완성되고 정체성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제가 느끼는 사랑을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Love is hunting house together'(사랑은 함께 집보러 다니는 것)입니다. 예전에 어느 신문에서 본 적이 있는데 기억에 남았어요. 오랫동안 그 의미가 알쏭달쏭하더니 이제는 제대로 알 것 같습니다. 사랑을 표현하는 말은 많지만 그 말이 제일 재미있고 맞아요.

다만 아쉬운 것은 예전의 이성 친구들에게 마음대로 연락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전 연락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편한 사이인데 여자친구가 마음이 아파하니까 저도 마음이 아파요. 여자는 왜 그런 점을 이해하지 못할까요?

바다

(극 중에서) 사랑은 영혼의 교감

저는 그냥 바다예요. 바르고 투명한 인성을 타고난 사람입니다. 색깔은 잎이 무성한 나무 같지요. 끼가 있고 재능이 있어서 '만'(고영빈)이 가수로 키워주지만 바다가 원했던 사랑의 방식은 아니죠. 스타로 크지만 인간으로는 병들어 가고 탈출구를 찾아서 옛집으로 돌아 오죠. 터주는 처음에는 보이지 않지만 나중에는 보이죠. 저를 이해해주는 터주와의 사랑은 마음이 편안해 지고 깨달음을 얻게 되는, 속 이야기를 다 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이죠.

터주에게는 많은 고마움을 느끼는데 사실 터주는 내 안에 있던 어떤 것이지요. 결국 바다는 자아를 찾고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할지 깨닫게 됩니다.

겉으로는 '만'과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설정이에요.

(실제로는) 애인보다는 친구가 좋다

전 아직 어려요. 그래서 자유로운 사랑을 하고 싶어요. 나중에 자유로운 사랑을 다 잃어도 좋을 만한 사랑을 만날 때까지는요. 진정한 자유는 인위적으로 다이어트를 하지 않고도 빠진 살을 우연히 거울에서 발견하는 느낌일 것 같아요.

과거에는 애인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요. 그때는 항상 진지하려고 노력했고 사랑은 무조건 희생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방법도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사랑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해요. 여러 사람과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경주 오빠 말대로 한 사람을 사귀게 되면 친하게 지내는 여러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니까요.

한 때는 수녀가 되려고 생각했고 지금도 신의 사랑을 믿어요. 기적도 믿어요. 어릴 때는 마법사가 있다고 생각했고, 신비의 반지를 찾으려고 애쓰기도 했어요. 사랑도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기다리던 사람한테서 전화가 오는 것도 기적이죠.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이런 식의 초월적 사랑 이야기하면 '애 늙은이'라는 말을 듣지만 사실 전 어른이 되는 게 싫어요.

고영빈

(극 중에서) 돈·명예 있으면 사랑은 따라온다

인물형을 색깔로 표현한다면 저는 검은 색, 암울하죠.(웃음) 유명한 음반기획자 '만' 역이고 일단 겉으로는 완벽한 사람입니다. 뭇여성들이 저런 사람이 나를 지켜줬으면 하고 바랄 정도로 완벽하고 능력도 있고 돈과 명예를 중시하고, 사랑도 그 안에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돈과 명예, 예쁜 집을 주기만 하면 충분히 사랑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죠.

만이라는 인물은 어려서부터 어딘지 애정 결핍을 겪고, 궁핍했던 것 같은 사람입니다. 콤플렉스가 심한 사람인데 성공을 하면 할수록 더욱 폐쇄적으로 자기 길에만 사로잡히는, 어떻게 보면 불쌍한 인물입니다.

(실제로는) 사랑은 꼭 진지해야 하나?

매번 여자친구가 전화하면 절절 매던데? 결혼은 나중에 할 거라고 하던데 그러다가는 나처럼 된다.(남경주)

그래도 전 애인 있어도 다른 여자들하고도 다 연락해요!(고영빈)

경주 형은 연애는 신중하게 하신다고 했지만 전 그 반대였으면 좋겠어요. 예전부터 너무 신중하게 결혼 여부를 생각했죠. 이제는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재미있게 연애하고 싶어요. 서로 결혼하고 싶으면 하고 안 해도 상관없죠. 좋은 친구로 지내면 되니까.

저는 아직까지 사랑보다는 일이 우선이에요. 많이 도움 되고 의지가 되는 사람이 있다면 용기를 내서 결혼도 해보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랑은 같이 집 보러 다니는 것이라는 말은 느낌이 오네요. 얼마 전에 여자친구 자취방을 함께 보러 다녔는데 가구 사고 집 정리하면서 그런 느낌이 어렴풋이 들긴 들대요. (02) 534―8371, www. thepeppermint.co.kr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사진=김주성기자

■"가수생활의 연장 느낌 진한 감동 기대하세요" 뮤지컬 첫 도전 바다

창작 뮤지컬 '페퍼민트'로 가수 바다가 뮤지컬에 도전한다. 가수로 무대에 오를 때와는 다른 느낌이라는 그의 소감을 들어 봤다. 남경주도 조언을 잊지 않았다.

바다

"뮤지컬은 너무 멋있는 장르에요. 솔직히 새로운 경험입니다. 그러나 뮤지컬도 가수 생활의 연장이라고 생각해요. 연기와 음악은 언뜻 다르지만 본질적으로는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극은 오랫동안 호흡을 유지해야 하지만 노래는 3∼4분 집중한다는 차이가 있죠. 연기를 지루하지 않게 잘 해야 하고 호흡이 길어지는 만큼 많은 연습이 필요하고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무대를 만들 자신이 있어요. 성격상 잘 할 수 없는 것을 주위에서 권한다고 하진 않거든요. 가수 역이니까 접근하기도 쉽고, 새로운 장르에 대한 외도가 아니니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해요. 솔로로 첫 음반을 준비 중이어서 부담이 되긴 하지만 즐거운 일이니 행복하잖아요?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통해 진한 감동을 여러분에게 드리겠습니다."

남경주의 조언

"자신을 비우고 끊임없이 순수로 회귀해야 합니다. 스스로 변하지 않고는 힘들어요. 무대 위에 섰던 것, 책을 통해 배운 것, 사람에 대한 인식 등이 내 마음 속을 채워가는 게 아니라 관객이 보면서 '참 깨끗하구나, 순수하고 맑구나' 하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해요."

/홍석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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