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바그다드 유엔본부 폭탄테러 사건은 유엔을 표적으로 한 사상 최악의 테러란 점에서 충격적이다. 관심은 누가 무엇 때문에 유엔을 공격했는가에 모이고 있다.누가했나
뉴욕 타임스는 20일 차량폭탄 테러는 중동지역에서 자주 발생했기 때문에 특정 테러집단의 전용 수단으로 볼 수는 없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 정보관리들의 말을 인용, 배후세력을 알 카에다와 연계된 범 이슬람계 테러조직 및 사담 후세인의 추종세력 등 양 갈래로 분석했다.
범 이슬람계 조직으로는 '안사르 알-이슬람'이 지목된다. 이 조직은 이라크전 발발 전 이라크 북부에서 암약하다 이란으로 도피한 뒤 최근 시리아 등을 경유해 재잠입하기 시작했다. 이 조직은 이라크 내외의 근본주의 전사들을 영입, 세력을 확대해 왔으며 현재 약 150명이 이라크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폴 브레머 이라크 최고행정관은 사건 직후 "이번 테러가 시리아로부터 침투한 자들에 의한 것이란 정보를 갖고 있다"고 말해 안사르 알-이슬람을 배후로 지목했다. CNN도 "이라크가 알 카에다 테러범들을 끌어들이는 자석이 되고 있다"고 분석, 이 주장에 무게를 실어 주었다.
미 국방부 관리들은 후세인의 잔당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 후세인이 차량폭탄 테러를 위한 비밀부대를 육성했고, 실제로 1993년 쿠웨이트에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대상으로 테러를 기도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왜 유엔인가
BBC는 유엔이 이라크 재건 과정에서 전력, 용수공급 등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격 당한 것은 저항세력의 전략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유엔 공격에 대한 서방언론의 분석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유엔을 미국의 하수인, 또는 범 서방세력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가 13일 미국이 임명한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GCI)를 승인한 것은 결과적으로 미국의 이라크 지배를 추인한 행위로 비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둘째, 유엔의 이라크 재건 노력을 꺾기 위해서다. 테러조직은 이라크 재건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미군에 대한 이라크인의 지지가 높아질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각종 인프라 시설에 대한 테러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이라크인들에게 생활의 불편을 주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없앰으로써 원인 제공자인 미군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려는 계산에서 자행됐다는 설명이다. 셋째는 무차별 테러를 통해 공포를 확산시킴으로써 각국의 유엔평화유지군 증파를 중지시키려는 목적이다. 병력 부족으로 곤경에 처한 미국의 부담을 가중시키려는 계산이다.
파장은
BBC는 이번 테러가 유엔을 대상으로 했지만 궁극적인 표적은 미국이며, 이라크에서 미국의 안보능력을 시험대에 올려 놓는 데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도 미국 안팎에서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에 대한 비판이 고조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테러의 효과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이라크 내 반미정서를 확산시킬지, 아니면 오히려 생활안정을 바라는 이라크인들의 테러세력에 대한 반감을 초래할지는 미지수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사건으로 유럽과 아랍권을 이라크 재건에 끌어들이려는 미국의 설득력이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BBC는 유엔까지 공격받는 상황에서 각국은 평화유지군 파견을 주저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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