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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너무 많이 찍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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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너무 많이 찍는 사람

입력
2003.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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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진가가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것저것 정리하다가 사진 뭉치를 발견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때의 모습이었다. 그 속에는 한 친구가 찍어준 자기 모습이 들어 있었다. 옛날에는 몰랐는데 사진작가가 된 뒤 돌아보니 그 사진의 구도가 초등학생이 찍었다기에는 너무 훌륭했다.그의 얼굴은 초등학교 운동장마다 놓여있는 정글짐의 사각형 프레임 속에 들어 있었는데 프레임 속에는 또 프레임, 그 프레임 속에는 또 프레임이 이어지는 멋진 사진이었다. 상자 속의 상자, 그 속에 또 다른 상자가 들어있는 선물 같았다. 그는 이 사진이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 그 사진을 친구에게서 받았을 때의 충격이랄까, 그런 것이 떠올랐던 것이다. 어쩌면 이것 때문에 사진 작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까지 그는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생각난 김에 초등학교 동창회 사이트에 접속하여 그를 찾아보았다. 사진으로 그에게 최초의 시각적 충격을 안겨주었던 그의 동창생은 엉뚱하게도 의사가 되어 있었다. 그는 정글짐 사진을 스캔해서 이메일에 첨부하여 보냈다. 동창생은 전화를 걸어왔다. "사진작가가 되었다구? 대단하구나. 사진? 나도 무지하게 많이 찍어."

동창생의 전공은 방사선과였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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