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임금·단체협상이 노조측에 유리하게 마무리된 후 기아, 대우 등 다른 차 업체에도 파업의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다.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부분 및 전면 파업을 계속하고 있는 기아차의 경우 임금인상폭 등의 이견으로 19일 열린 10차 협상도 결렬됐다. 노조는 기본급 12만3,259원(11.1%) 인상 성과급 200%+영업이익 30% 신차종 개발 이전 현대·기아차 노사간 합의에 의한 분배 생산 비정규직 계약기간 만료 후 정규직 전환 의무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측은 기본급 9만5,000원 인상 성과급 200%+격려금 100%+타결시 일시금 70만원 지급 생산성 5% 향상을 전제로 한 주5일제 시행을 주장하며 이견을 보이고 있다.
회사측은 "노조 파업이 계속되면서 이번 주말께 생산차질규모가 3만5,000여대에 생산차질액이 5,2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부품협력업체 피해액 7,000억원까지 합하면 총 피해규모는 1조3,000억원을 넘게 된다"고 밝혔다. 또 쏘렌토의 경우 1만1,000대의 주문이 밀려 있어 출고대기일이 60일로 늘어나는 등 내수물량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 선적도 원활히 진행되지 못해 현지 딜러들의 항의가 잇따르는 등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던 수출도 위기를 맞고 있다.
한편 수원지검 안산지청이 이날 불법파업 주도 혐의로 기아자동차 노조위원장 박홍귀씨 등 노조 간부 4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법원에서 발부 받아 파업사태에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검찰은 현재 파업이 쟁의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은데다 임금교섭과 관련 없는 안건을 포함하는 등 불법이어서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지 않을 경우 이들을 사법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GM대우차와 대우인천차(부평공장)로 구성된 대우차 노조도 1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한데 이어 21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키로 했다. GM대우차 노사는 지난달 10일 6년 만에 임금협상을 재개, 18일까지 8차에 걸쳐 교섭을 벌여왔다. 그러나 노조측은 기본급을 노조 요구대로 인상하더라도 여전히 현대차 등 경쟁업체에 비해 1만원 가량 적다며 기본급 24.34%(23만8,297원) 인상을 주장하고 있으나 회사측은 10.3%(10만1,000원) 인상안을 제안한 상태다.
회사측 관계자는 "6월 해고자 재입사 합의 때 노조가 'GM대우 부평공장 인수조건 중 하나인 노사평화를 지키겠다'고 서약한 뒤 2개월 만에 파업찬반 투표를 하려는 것은 명백한 약속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자동차업계 임금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은 현대차 임단협 타결에 따른 경쟁업체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불과 몇 년 전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던 업체 직원들이 임금인상을 주장하며 파업을 벌이는 것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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