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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無慾의 매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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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無慾의 매미처럼

입력
2003.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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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틀간 '생의 의문'이라는 화두에 몰입했습니다. 여전한 빈곤과 40대 중년이 절감하는 이런저런 일상의 스트레스로 결국 우울증이 암운처럼 다가왔고 그래서 폭음으로 이 풍진 세상을 의도적으로 잊고자 했습니다.사흘 만에 눈을 뜨니 역시나 고달픈 세상은 무변하게 제 앞에 스크린처럼 펼쳐져 있었습니다. 냉수로 쓰린 속을 달래노라니 베란다 앞의 나무에서 매미가 구슬프게 울었습니다.

매미는 무려 17년이라는 긴 세월동안을 낙엽이 부식되어 거름이 된 땅에서 굼벵이로 지낸다고 하는군요. 그러다 어렵게 탈바꿈해 겨우 1∼3주만 살다가 죽는다지요. 그토록 긴 세월을 와신상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겨우 한 달도 못 살고 이승을 떠나는 자신의 운명이 가엾어서 매미는 아마도 그렇게 서글프게 우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매미는 나무의 즙만을 빨아먹기에 똥도 누지 않으며 집도 없이 이 나무 저 나무로 옮겨 다니는 풍찬노숙을 하다 생을 마친다는군요. 그래서 매미처럼 욕심 없고 깨끗한 곤충도 없다는 것입니다.

언젠가 무려 50여 채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는 서울 강남의 복부인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때 서민들, 특히 저처럼 집이 없는 이들의 분은 가히 하늘을 찔렀습니다. 비록 사람의 욕심은 바다도 못 메운다고는 했지만 정말이지 해도 너무했습니다. 매미보다 못한 세속적인 인간 같으니라구!

지금 내 수중에 쥔 재물이 영원하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대단한 착각'인데도 일부의 졸부들은 그 재물을 두 손으로 꽉 잡으려고만 할 뿐 나누려는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어 보입니다. 재물이라는 것은 나눠 쓰면 향기가 나지만 쌓아두기만 하면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죠. '공수래 공수거'의 전형을 보여주는 매미가 오늘따라 정겹고 살갑습니다.

혹 여름방학을 맞아 초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과거처럼 학생들에게 "곤충채집을 해 와라"라고는 안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매미는 잡아오지 못 하도록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왜냐구요? 위에서 이미 열거한 대로 매미는 참으로 불쌍하지 않습니까! 또 우리 세속적인 인간들에게 주는 메시지도 얼마나 강렬합니까?

지난 며칠간 매미보다도 못한 짧은 생각으로 타락과 폭음의 길을 점철했던 나 자신을 반성해 봅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매미처럼 치열하고 열심히 살아 가겠습니다.

/홍경석·대전 중구 용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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