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을 전후해 전국의 해수욕장들이 대부분 폐장합니다. 해수욕을 하기에는 날씨가 선선해진 탓입니다. 그런데 기온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해류에 의한 수온의 변화입니다. 특히 동해가 그렇습니다. 바깥의 기온은 그날의 날씨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습니다. 해가 하루종일 쨍쨍 내리쬐면 초가을이라도 한여름의 더위를 느낍니다. 그러나 물의 온도는 그렇지 않습니다. 정확합니다.고향이 바닷가입니다. 어른들은 음력 7월에 들어서면 물이 차가워지기 시작해 7월 보름을 넘기면 물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거의 틀림이 없습니다. 올해는 음력과 양력의 차이가 크지 않아 12일이 음력 7월 보름이었습니다. 물이 차가워지면 더 시원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대입니다. 금세 입술이 새파래집니다. 고통스러울 정도입니다. 심장마비 등 사고를 당할 위험성도 훨씬 커집니다. 그래서 해수욕장은 수온의 변화에 맞춰 문을 열고 닫습니다.
내년에 사용할 해수욕장 사진을 찍기 위해 동해안을 둘러봤습니다. 생각대로였습니다. 물 속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는 사람보다는 백사장에서 햇살을 즐기는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여름이 떠나가는 모습입니다.
하나의 계절을 보내고 새 계절을 맞는 감회는 각자 다를 것입니다. 이번 여름을 보내는 마음은 어떨까요. 가장 슬픈 이들은 물론 아이들이겠죠. 신나는 바다와도 이별이고 또 방학도 끝나 가니까요. 그러나 모두 감상적인 슬픔일 뿐입니다.
현실적으로 슬픈 사람들이 있습니다. 딱 여름 한철만 보고 1년을 기다리던 피서지 사람들입니다. 올해에는 유난히 장사가 되지 않았습니다.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합니다. 푸른 하늘을 거의 볼 수 없었던 날씨 탓도 있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서입니다. 피서객의 숫자도 줄었고, 알뜰피서를 한다고 모두 자급자족을 했습니다. 항공료가 비싼 제주도의 경우에는 피서 절정기에도 비행기표가 남을 정도였으니까요.
피서지의 사람들은 지난해 가을 수해라는 엄청난 재앙을 겪었습니다. 그 상처가 아직도 가시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그러나 한줄기 희망이었던 여름은 빈 곳을 채워주지 못한 채 짐을 싸고 있습니다. 여름이 떠나가고 있습니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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