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들도 유리창만 잘 살펴보면 사고차를 가려낼 수 있다."운전실력을 갖춰 마음에 드는 차를 구입하겠다고 결심한 초보 운전자나 최소 1,000만원이 넘는 새차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직장 초년병들은 중고차에 마음이 끌린다. 그러나 싸고 좋은 중고차 고르기는 수십년 운전경력의 베테랑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옵션은 중고차 가격에 영향 적어
중고차 시장의 차량평가기준은 신차와 많이 다르다. 우선 사고 기준이다. 신차는 작은 접촉사고도 사고로 보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단순한 접촉사고나 이로 인한 도색차량은 사고차량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리고 신차를 구입할 때는 에어컨, 파워윈도우, 와이퍼 자동조절장치, 알미늄 휠 등이 돈을 추가해야 할 옵션이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별도 가격이 추가되지 않는다. 다만 매매 시 좀더 유리한 조건이 될 뿐이다.
따라서 중고차의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차체를 다시 조립해야 하는 '대형 사고'가 있었는지 여부다. 그러나 사고 여부는 초보자가 쉽게 알아볼 수 없는 일. 아직 공신력 있는 '중고차 품질평가 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도 않아 중고차 상인이 숨기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일반 고객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사고차는 유리창으로 판별
대우자동차판매에서 운영하는 서울경매장 차량평가사 최경수씨는 "초보자가 사고차를 식별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차 유리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귀띔한다. 사고가 난 뒤에는 파손된 자동차 유리창을 교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사고 유무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차량의 제조년월일은 자동차 등록증에 기재되어 있기 때문에 차유리 제조년월이 자동차와 맞지 않을 경우 전복 등 대형사고를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1∼2개월 차이는 정상유리다.
최씨는 "차 앞유리 조수석 쪽 하단을 살펴보면 유리의 메이커가 'HANKOOK'이나 'KCC'로 표기돼 있다"며 "이외의 메이커가 표시돼 있다면 일단 사고로 교체된 유리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또 신차에 부착된 차유리에는 제조년월을 알 수 있는 부호가 있는데, 'KCC'의 경우 유리하단의 부호 맨 밑에 점과 숫자가 일렬로 기록되어 있다. 숫자는 제조년도를 나타내며(즉 2라고 써있으면 2002년 생산차량) 숫자의 양 옆에 찍혀있는 점의 수를 12에서 빼면 생산 월이 된다. 또 한국유리 제품의 경우 'HANKUK SAFETY'라고 12자의 영문이 써 있는데 이 12자의 글자 위에 점이 찍혀 있는 영문자의 순번이 생산년도이다. 예를 들어 'N'자위에 점이 찍혀 있다면 2003년도 생산분이다. 그 밑에 LAMINATED GLASS라고 써있는데 연도표시와 마찬가지로 점이 찍혀 있는 영문자의 순번이 생산 월을 나타낸다.
냄새 심하면 침수차 의심
모든 자동차 문 가장자리에는 고무 실링이 붙어 있다. 그러나 사고로 인하여 문 등을 교환한 차량에는 고무실링 흔적이 없이 철로 용접만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주행거리가 표준 주행거리 (1년 2만㎞)의 절반 이하일 경우에는 주행거리 미터기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 주행거리가 조작된 차를 구입하면, 비싼 가격도 문제지만 부품들의 교체시기를 놓치기 때문에 안전상 중대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여름철에는 종종 침수차량이 중고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침수차량은 잦은 고장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부식이 계속 진행되기 쉽기 때문이다. 침수차량을 찾아내려면 트렁크와 차내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실내에 곰팡이 냄새, 녹냄새 등이 심하게 나고, 시트와 시트 밑바닥, 그리고 연료 주입구 등 손이 닿지 않는 주요 틈새에 오물이 남아 있다면 침수 차량일 가능성이 높다.
최씨는 "중고차를 구입할 때 가격이 약간 비싸더라도 전문가가 품질 보증한 차를 고르는 것이 좋다"며 "차 구입비용의 10%는 구입 직후 정비 비용으로 생각하는 여유로운 마음도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도움말=대우자판 서울경매장 www.sa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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