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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남자는 왜 죽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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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남자는 왜 죽는가

입력
2003.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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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얼굴을 하고 살아가는 샐러리맨 중에 의외로 엉뚱한 꿈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있다. 어렸을 때 많이 받던 질문 중에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는 게 있었다. 이 질문을 30대 직장인에게 정색을 하고 던져보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 나올 때가 많다. 어제 만난 한 일간지 사진기자는 알고 보니 에베레스트 등반이 꿈이라고 했다.그러다 보니 일간지에 에베레스트 사고 소식이 날 때마다 유심히 그것을 들여다보는데 이상하게도 사망자 중에 35세 남자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왜 그럴까. 함께 암벽 등반을 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에베레스트에 가려면 돈이 많이 들지. 입산료만 해도 천만원이 넘을 걸? 장비 사야지, 비행기표 끊어야지, 셰르파도 고용해야지. 여하튼 거기 가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말씀. 늘어가는 경제력과 줄어드는 체력이 딱 만나는 지점이 바로 35세쯤인 거야. 20대부터 직장을 다니며 돈을 모아 35세가 되면 네팔로 가서 오랜 꿈을 실현하게 되는 건데, 불행히도 몸이 안 따라주니까 사고가 나는 거야."

문득 생각해 보니 그와 나 모두, 어느새 35세가 되어 있었다. 무정해라, 인생이여. 기다릴 줄을 모르는구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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