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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로비로 수사망 빠져나가려 하자 갈등인물 이용 "몰카 덫"/ 드러나는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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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로비로 수사망 빠져나가려 하자 갈등인물 이용 "몰카 덫"/ 드러나는 진실

입력
2003.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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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승 전 청와대 제 1부속실장에 대한 '몰래 카메라'는 현직 검사가 자신이 수배한 기소중지자와 공모해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팀에 따르면 청주지검 김도훈 검사는 부정대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건설업자 홍모(43)씨와 짜고 양 전실장의 술자리 향응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김 검사가 몰카라는 떳떳하지 못한 방식을 택한 것은 정치권에까지 전방위 로비를 벌이며 수사를 빠져나가려는 키스나이트클럽 이원호(50)씨를 반드시 잡기 위한 극단적인 고육책으로 보인다. 볼링장 소유권 분쟁을 놓고 이씨와 갈등 관계에 있던 홍씨를 택한 것도 이 때문인 듯 하다. 법정에서 이씨의 유리한 증언이 필요했던 홍씨도 이씨를 위협할 뭔가를 찾기 위해 김 검사와 쉽게 의기투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검사가 자신의 정보원과 함께 이씨의 동업자를 협박해 돈을 뜯어낸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김 검사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구명용'으로 만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 검사는 역시 자신이 맡았던 사건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박모(44·여)씨로부터 양 전 실장의 청주 방문소식을 접한 뒤 곧 바로 홍씨와 몰카 제작을 상의한 것으로 수사팀은 보고 있다.

이들의 연결고리는 홍씨의 부인 장모(30)씨로 알려졌다. 홍씨가 사기대출 혐의가 드러나 3월부터 잠적해있었기 때문이다. 홍씨는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오모(33) 이모(32)씨 등에게 몰카 촬영을 지시하고, 오씨 등이 경기도의 한 용역업체에 몰카 용역을 준 것으로 수사팀은 파악하고 있다.

김 검사는 몰카 제작과 별도로 박씨를 통해 그날의 술자리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 받기까지 했다. 박씨는 술자리에 참석한 전 민주당 충북도지부 간부인 김모씨로부터 양 전 실장과 이원호씨 등의 대화 내용을 파악해 곧 바로 김 검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몰카를 손에 넣은 김 검사와 홍씨 중 누가 먼저 이를 활용했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홍씨일 가능성이 크다. 7월 들어 홍씨와 이원호씨가 통화한 직후 볼링장 소유권 소송과 관련해 이씨가 갑자기 홍씨편을 든 점으로 미뤄 홍씨가 몰카로 이씨를 협박했을 개연성이 높다. 하지만 몰카를 방송사에 유출한 것은 김 검사일 것으로 수사팀은 추정하고 있다. 검찰 내부의 비호 의혹을 감지한 김 검사가 양 전 실장의 술자리 향응을 계기로 더 큰 압력을 받기 전에 이를 폭로해 무산시키려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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