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한국 교민 사회는 다른 나라의 경우와는 달리 반 수 이상이 선교사들로 구성된 특이한 모습이다. 선교사의 범위에는 개신교 교회에서 파견된 목사는 물론이고 가톨릭 교회에서 파견된 신부, 수녀 그리고 목사 안수는 받지 않았지만 선교 활동을 하는 사람들로 다양하다.케냐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기독교 국가다. 처음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나는 굳이 선교사들이 이 곳까지 와서 활동해야 하나 하고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계속 선교사들을 접하면서 그들의 희생적인 삶은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케냐에 파견된 한국 가톨릭 신부나 수녀들은 자원해서 오는 경우도 있고 자신이 소속된 수도회의 명에 따라 오는 경우도 있다. 소속된 수도회는 각기 다르지만 대부분 교육 활동이나 보건소를 운영하며 의료 선교를 한다. 신부 중 한 명은 남부 수단에서 봉사하며 가끔 물건 구입 등 일을 보기 위해 케냐에 다녀 간다. 의대 졸업 후 군의관을 마치고 다시 신부가 된 그는 자원하여 아프리카로 왔다고 한다.
개신교 선교사들 중에도 한국 또는 미국 등에서 보장된 풍요한 삶을 뒤로 하고 이 곳에서 봉사하는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 의사 부인에서 평범한 농부의 아낙네 모습으로 농사를 지으며 남편의 의료 활동을 보필하는 사람, 자식까지 희생시키며 시골에서 교육활동을 하는 사람 등 좁은 지면에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다.
물론 개인의 평범한 삶을 포기하고 종교에 몸을 담은 사람들이긴 하지만 언어도, 사고 방식도, 음식도 다른 먼 이곳까지 와서 선교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이따금 나이든 수녀들이 젊은 우리들도 하기 힘든 일을 케냐인들과 어울리며 사역하는 모습을 보면 인간적으로는 안쓰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아름답기까지 하다.
찌는 더위에 전기도 없고 물도 음식도 귀한 땅, 끊임없는 내전으로 인한 전쟁의 총성이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열악한 환경에서 다른 이들을 위해 봉사하게 하는 힘은 과연 무엇일까?
이런 희생의 삶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 생각지도 못한 귀한 자극의 계기가 되었다. '인간의 진정한 삶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게 한다. 서울 같으면 그저 살기에 바빠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나 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도 케냐에서 일하는 선교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삶이 아니라 사회를 위해 사는 것이 진정 풍요한 삶이라는 것을 깨닫길 기도해 본다.
유 은 숙 케냐 (주)대우인터내셔널 나이로비 지사장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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