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트럭 폭탄테러가 발생한 이라크 바그다드의 커낼 호텔 주변은 붕괴된 건물 잔해와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는 부상자들, 현장에 투입된 중무장한 미군 차량등으로 극도로 혼미했다. 추가 테러를 우려, 현장접근이 어려워 사건이 발생한 지 한시간이 지난 뒤에도 인명피해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미군은 무장헬기인 블랙호크 10여대와 험비 차량 수십대를 동원해 부상자와 사망자를 후송하고 있으며 호텔 인근을 완전 통제한 뒤 요원을 전원 대피시키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평소 호텔에는 석유―식량 프로그램 관계자 등 300여 명의 유엔요원이 근무해 왔으나 사건 당시에는 몇 명이 내부에 있었는 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브라질 출신의 세르지오 비에이라 데 멜로(55) 유엔 이라크 특별대사는 붕괴된 건물 잔해에 갇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폴 브레머 미군 최고행정관은 "테러범들이 멜로 대사의 사무실을 타깃으로 삼은 것 같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사건 직후 긴급 회의를 연 뒤 "충격적"이라며 "그럼에도 유엔의 임무는 포기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이날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으로부터 사건을 보고받고 일정을 취소한 뒤 이라크 내에서의 일련의 테러와 유엔 활동에 대한 대책을 숙의했다. 부시 대통령은 긴급 성명을 통해 "살인범들은 다시한번 자신들이 문명세계이 적임을 드러냈다"며 "자치를 향한 이라크의 진로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핀란드에서 휴가 중인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남은 일정을 취소한 뒤 뉴욕 유엔본부로 급거 귀환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차량 폭탄테러는 야만적 행위"라며 "특히 테러범이 전후 복구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유엔 본부를 타깃으로 삼았다는 데 분개한다"고 밝혔다.
3층 건물의 커낼 호텔은 10여 년 전부터 유엔 사찰단이 사찰 본부로 사용했으며 이라크전 이후에는 유엔 활동의 지휘본부로 활용돼 왔다. 유니세프와 식량농업기구(FAO)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엔 및 산하기관들이 들어서 있으며 호텔 주차장에는 전쟁 전 사찰단이 운영했던 이동식 대량살상무기 실험연구소가 있다. 호텔 구내 식당은 유엔 구호요원과 취재진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지금까지 수차례 이 호텔에 대한 폭탄테러 기도가 있었으나 이번과 같은 대규모 사건은 처음이다. 앞서 7일에는 바그다드 주재 요르단 대사관에 폭탄 테러가 터져 14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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